“항상 마지막 방송 진행 때 어떤 멘트를 해야 할까 생각했었는데, 5,000회까지 왔네요. 감사하고 감격스럽습니다.”
KBS 쿨FM ‘황정민의 FM대행진’(오전 7~9시)이 19일로 5,000회를 맞았다. 이날 여의도 KBS 본관 2층 하모니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황정민 아나운서는 상큼한 미소로 소감을 말하다가도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 DJ로 ‘매일 아침을 열어주는 여자’라는 타이틀을 14년이나 유지했다.
통통 튀는 발랄한 이미지와 꾸밈없는 진행으로 청취자들은 그를 ‘황족장’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아이에게 엄마 없는 아침을 만들어 미안하지만 하루하루 마이크 앞에 서는 게 일상이 돼버렸어요. 앞으로 1만회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욕심도 내봅니다.”
1993년 입사한 그는 98년 10월부터 두 아이를 출산할 때를 제외하곤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그간 프로그램을 거쳐간 PD만 30명에 이른다.
이젠 아침 방송에 대한 이력이 났을 법하지만 아직도 부담감은 여전하다고 했다. “요즘도 지각해서 스튜디오를 찾아 헤매는 꿈을 종종 꿔요. 학창시절 시험 보는 꿈처럼요.”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자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사고를 내는 편”이라며 “쉽지 않은 시간도 있었지만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청취자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과거 모유 수유를 이야기하다 “아빠와 같이 써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해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청취자들과 문자로 소통을 많이 하는데 ‘아침마다 언니가 있어서 행복해요’, ‘기분이 안 좋았던 어느 날 FM대행진을 듣고 나서 거울을 보니 제가 웃고 있네요’ 이런 문자들이 정말 큰 힘이 돼요.”
그는 “목소리가 가장 늦게 늙는다고 하더라”며 상큼한 ‘모닝 파트너’로 자리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오랜만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여전하시네요’라는 문자를 종종 받아요. 빨리 변해가는 시대에 그리운 단골 팥빙수집처럼 그 자리를 지켜드릴게요. 매일 아침 저와 함께 해주세요.”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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