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축구는 물론 전체 종목을 통틀어 최고 라이벌로 꼽히는 FC 서울과 수원 삼성이 2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2012 FA컵 16강전에서 격돌한다.
토너먼트 대회인 FA컵은 무승부가 없다.'끝장 승부'다. 90분간 우열을 가리지 못하면 연장, 그래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로 승자를 가린다. 20일 대결에 더욱 관심이 가는 까닭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안방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지휘봉을 잡은 후 수원과의 대결에서 두 차례 모두 졌다. 모두 원정경기였다. 감독 대행이던 지난해 10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0-1로 졌고, 지난 4월 같은 장소에서 또 다시 0-2로 고배를 들며 자존심을 구겼다.
FA 16강전은 최 감독이 처음으로 안방에서 치르는 라이벌전이다. 두 차례 원정에서 진 빚을 되돌려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는 18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외나무다리에서 진검 승부를 펼쳐보고 싶었다. 두 번 졌기 때문에 더 이상 지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세 번 내리 질 수는 없다. 아꼈던 힘을 수원전에 모두 쏟아낼 것"이라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승패는 양팀 용병들의 활약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데몰리션 콤비(데얀-몰리나)'를 앞세워 수원전 연패 탈출을 노린다. 데얀과 몰리나는 역대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모자라지 않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서울이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기록한 23골 가운데 두 사람이 18골을 책임졌다. 데얀은 10골로 득점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고, 8골로 득점 공동 2위에 올라 있는 몰리나는 도움 선두(8개)도 달리고 있다.
그러나 '데몰리션 콤비'는 윤성효 수원 감독 앞에서는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몰리나가 서울로 이적한 후 치른 세 차례의 수원전에서'데몰리션 콤비'는 골과 도움을 하나도 올리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수원은 에벨톤C와 스테보, 라돈치치 트리오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지난 4월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윤 감독은 스테보를 측면 공격수로 배치하고 에벨톤C에'프리 롤'을 부여하는 변칙 전술로 2-0의 완승을 거뒀다. 윤 감독이 20일 경기에서는 어떤 용병술을 펼칠지 주목된다.
장외대결은 라이벌전의 흥미를 북돋우는 요소다. 서울은 19일 '반칙왕 스테보에게 고함'이라는 동영상을 통해 선전포고를 했다. 수원이 K리그에서 파울 수 2위에 올라 있고 스테보가 지난 4월 에벨찡요(성남)에 거친 파울을 범해 2경기 출전 정지의 사후 징계를 받은 것을 비꼰 것이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라이벌전은 과열되기 쉬운 만큼 부상 방지 차원에서 페어 플레이를 펼치자는 의도"라고 동영상 제작 배경을 밝혔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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