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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리군단 두 악동 사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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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리군단 두 악동 사고쳤다

입력
2012.06.1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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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골잡이 안토니오 카사노(30ㆍAC밀란)는 자신의 후계자를 지목해달라는 질문에 "제가 은퇴해도 발로텔리가 앞으로 10년은 문제를 일으킬 텐데 무슨 걱정"이라며 '사고뭉치'다운 답변을 내놓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의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였다. '악마의 재능'이라고 불리며 온갖 기행을 일삼았던 그는 그렇게 마리오 발로텔리(22ㆍ맨체스터 시티)를 후계자로 점찍었다. 실력과 악동 기질을 두루 갖춘 카사노와 발로텔리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가 외면할 수 없는 숙명에 가까웠다.

이탈리아의 '사고뭉치'들은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카사노와 발로텔리는 19일(한국시간) 폴란드 포즈난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유로 2012 C조 조별리그 최종전 아일랜드와 경기에서 나란히 골을 터트리며 2-0 승리를 주도했다. 이탈리아는 '악동들의 합창'으로 인해 1승2무(승점5)를 기록,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이탈리아는 부지런히 아일랜드의 골문을 두드렸다.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아일랜드였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전반 35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선제골을 뽑았다. 안드레아 피를로의 왼쪽 코너킥을 카사노가 헤딩으로 절묘하게 돌려 놓았다. 골키퍼 셰이 기븐의 손에 스쳤지만 골 라인을 넘어갔다.

1-0으로 전반을 마친 이탈리아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스페인과 크로아티아가 1-1로 비겼을 경우 상대팀간 다득점에서 밀려 탈락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후반 29분 안토니오 디나탈레를 대신해 발로텔리를 투입했다.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인 발로텔리가 행여나 경고를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이탈리아는 선발이 아닌 조커로 투입했다.

발로텔리는 후반 45분 알레산드로 디아만티의 코너킥을 골문 정면에서 멋진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 네트를 갈랐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득점이었지만 위험천만한 상황이 일어날 뻔 했다. 조별리그 2차전 도중 크로아티아의 축구팬들로부터 인종차별적인 야유를 들었던 발로텔리는 참았던 분노를 표출하려 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수비수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황급히 발로텔리의 입을 막았다. 발로텔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인종차별을 당하면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누군가 바나나를 던지면 죽여 버리고 감옥에 가겠다"는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터라 보누치가 사고 방지에 나선 것. 보누치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충동적인 말을 하는 것 같아서 발로텔리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페인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C조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43분에 터진 헤수스 나바스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챙겼다. 2승1무(승점7), 조 1위로 8강에 안착한 스페인은 최초의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 팀 무단 이탈·훈련 불참은 일상…팬티만 입고 세리머니…여자교도소 난입 시도…악의적 파울 악명

카사노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통제할 수 없는'망나니'로 더 유명하다.

2001년 무면허 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고 21세 이하 대표팀 시절 자신이 베스트 11에서 제외된 것을 확인하자 집으로 돌아갔다. 2003년 5월 AC 밀란전에서 퇴장 당하자 주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2007년 10월 카타니아전에서는 판정에 불만을 품고 경기 중 그라운드를 떠나기도 했다. 2008년 3월 토리노와의 경기에선 퇴장 당하자 유니폼 상의를 벗어 심판에게 던져 버렸다. 유로 2008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프랑스에 승리한 후에는 팬티 바람으로 그라운드를 돌며 승리 세리머니를 펼쳤다. 팀 무단 이탈과 훈련 불참, 동료와의 주먹다짐은 일상 다반사다. 자서전을 통해 700명의 여자와 관계를 맺었고 레알 마드리드 시절에는 경기 전날 밤 어김 없이 숙소로 여자를 불러 들였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발로텔리의 '망나니 짓'은 카사노 이상이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인터 밀란(이탈리아) 시절이던 2010년 차를 몰고 여자 교도소의 담벼락을 들이 받은 일이다. 그는 길을 잃어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많은 이들은 난입을 시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밀라노 시내에서 모형 총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펼치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맨체스터시티 이적 당일 교통사고를 냈고, 팀 훈련 도중 심심풀이로 유소년 팀 선수에게 다트를 던져 물의를 일으켰다. 2011년 10월 집에서 폭죽놀이를 하다가 불을 냈고, 지난 4월에는 매춘 혐의로 타블로이드 지면을 장식했다. 그라운드에서 상대 편에게 악의적인 파울을 가하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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