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차기 당권 경쟁이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강병기 전 경남부지사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30여년 동안 농민운동을 함께 해온 '동지'가 이제는 신ㆍ구당권파가 정치생명을 걸고 벌이는 전면전의 선봉에 선 것이다.
강 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야권연대를 복원시킬 진보적 대중정당을 추구하는 세력과 낡은 정파연대를 강화하려는 세력의 경쟁"이라며 "어떤 정치적 봉합도 거부하고 정당민주주의 복원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80년대부터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하며 동고동락했던 강 위원장과 강 전 부지사가 각각 신당권파와 구당권파의 대표 선수로 맞붙어 당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됐다. 강 위원장은 전날 강 전 부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낡은 질서의 선두에 서지 말고 함께 쇄신의 길을 가자"며 신당권파의 편에 설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날도 기자회견 시간을 늦춰가며 강 전 부지사의 불출마를 촉구했지만, 강 전 부지사는 오후 2시쯤 후보 등록을 마쳤다.
강 위원장은 자주파(NL) 내 인천연합, 국민참여당 계열, 진보신당 탈당파(평등파ㆍPD) 등의 지지를 받고 있고, 울산연합 소속인 강 전 부지사는 오병윤 의원 카드를 접은 구당권파(경기동부연합, 광주ㆍ전남연합)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표심이 결국 승부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많다. 현재 투표권을 가진 당원은 약 5만5,000여명인데, 이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은 2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이 불거진 뒤 민주노총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신당권파의 손을 들어줬지만, 노동운동과의 결합력이 비교적 높은 울산연합이 구당권파와 연대함에 따라 실제 표심이 어떻게 표출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당권파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권영길 전 의원, 문성현 전 대표 등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구당권파에선 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과 민병렬 비대위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선거운동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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