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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긴축 선택/ 표심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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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긴축 선택/ 표심 양극화

입력
2012.06.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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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은 싫다, 그러나 유로존 이탈은 더 싫다."

이번 그리스 총선에서 나타난 표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번 총선은 단순히 선량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구제금융에 관한 국민 총의를 묻는 국민투표 성격이 강했다. 정당의 이념이나 정책보다 그 당이 긴축에 찬성ㆍ반대하는가 혹은 구제금융에서 어떤 입장을 견지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표심을 갈랐다.

불과 한 달 사이 실시된 두 차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그리스의 민심이 매우 이중적이면서도 양극화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5월 총선과 비교해 6월 총선에서 눈에 띄게 약진한 정당은 신민당(18.9→29.7%)과 시리자(16.8→26.9%)다.

구제금융의 판을 아예 엎어버리자는 급진좌파 시리자의 지지율 상승은 긴축에 지친 그리스 국민의 절망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가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실업률이 22%까지 치솟으면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황금새벽당의 연이은 돌풍도 이런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극우 파시즘 성향의 황금새벽당은 이번 총선에서 6.9%의 지지율을 얻으며 18석을 확보했는데 5월 총선의 선전(7.0%)이 단순히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민당의 약진은 그런 상황에서도 그리스 국민이 유로존 이탈이라는 파국까지는 원치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민당은 구제금융 찬성 정당으로 분류된다. 결국 이 신민당이 10%포인트 이상 득표율을 높인 배경은 그리스 국민 사이에 유로존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주요 은행에서 유로화 자산이 대거 빠져나간 뱅크런이 발생했을 정도로 그리스 국민의 탈유로존 공포감은 상당하다. 구제금융 찬성 정당인 신민당과 사회당의 지지율 합계가 32.1%에서 42.0%로 급등한 것도 이런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사표가 줄어든 것 역시 파국보다 안정을 선호하는 민심이 표출된 결과다. 5월 총선에서 원내 입성 최소 요건(지지율 3%) 이상을 확보한 정당의 지지율 합계가 81.1%였지만 6월 총선에서 94.1%로 증가했다. 이번에도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하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민심이 작용해 표가 군소정당이 아닌 주요 정당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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