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성장'담론을 내놓고 있다. 물론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은 각각 '성장과 분배의 동행' '성장과 복지의 조화'등으로 표현함으로써 복지를 강조해온 야권의 정책 기조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민주당이 '3무(무상 급식ㆍ무상 보육ㆍ무상 의료)+1반(반값 등록금)'정책을 쏟아내던 것과 비교하면 대선주자들의 '성장'화두 제시는 큰 변화임이 분명하다. 이는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중도층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18일 "대선을 6개월 앞두고 당 소속 대선주자들과 당의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면서 "복지를 무조건 확대하기 보다는 성장과 복지∙분배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지난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성장과 분배는 동행하는 관계"라면서 "선(先)성장ㆍ후(後)분배와 같은 낡은 사고방식이 사회적 양극화와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문 고문은 민주당이 수권정당의 신뢰감을 주지 못한 이유로 성장 담론의 부족을 꼽은 뒤 '포용적 성장' '창조적 성장''생태적 성장''협력적 성장'등 4대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손학규 상임고문은 1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진보적 성장'담론을 내걸었다. 그는 "복지와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진보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면서 "더 이상 진보와 성장을 보수 세력의 전유물로만 두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달 출마 선언을 앞둔 김두관 경남지사도 '사람이 성장의 동력이 되는 시대''일자리창출이 최고의 경제'등을 주요 정책 구호로 내걸 예정이다.
4∙11 총선 이후에는 민주당 내에서 '중도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 전까지 각종 복지 공약을 쏟아내던 민주당의 주요 화두가 성장 쪽으로 옮겨가는 것은 총선 패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이나 복지의 급속한 확대 등 좌클릭 노선이 중도층 표심을 잡는데 실패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총선 이후 성장론을 중시하는 유권자들이 늘었다는 점도 의식한 전략 변경으로 해석된다. 한국일보가 지난 3~4일 실시한 창간 기념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득분배가 경제성장 보다 더 중요하다'(47.8%)는 견해는 작년 6월 조사보다 9.0%포인트 하락한 반면 '경제성장이 소득분배보다 더 중요하다'(46.2%)는 응답은 7.5%포인트 늘어났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민주당의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 "유럽 경제 위기 등으로 복지 확대가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거나 일자리 문제를 분배와 복지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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