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이슈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날을 세우고 있는 재계가 이번엔 국회의원들의 반(反)기업 입법을 감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은 '의회민주주의의 부정'이라며 강하게 반발, 정ㆍ재계간 또 다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한국규제학회와 19대 국회 의원발의법률안에 대한 규제 모니터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이 제출하는 법안 가운데 규제를 신설하는 내용에 대해선 평가보고서를 내고 점수도 매기겠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발의하는 규제법률안의 경우 소관부처 자체 규제 심사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받지만 의원입법안은 이런 여과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18대 국회에 제출된 규제 법안 1986건 중 93%에 해당되는 의원발의법률안임은 별도 심사를 받지 않았다. 때문에 정부 부처가 입법편의를 위해, 국회의원 이름을 빌려 '차명 입법'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정봉호 전경련 규제개혁팀장은 "19대 국회 개원 후 중소기업 적합업종, 대부업 등록,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청년고용할당제 등 행정규제 기본법상 중요 규제들이 대거 발의됐다"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규제학회는 규제 모니터링의 전문성을 위해 학회 내에 규제영향분석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원입법 규제 모니터링을 수행하기로 했다. 입법안에 대한 평가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매달 평가 보고서와 별도의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의 규제입법 모니터링에 대해 정치권은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태"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경련의 움직임은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가격담합과 물량조정 등 불공정 거래로 부당이득을 얻는 시장구조를 시정하기 위한 국회의 입법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경련 산한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경제민주화 논의 전담기구로 사회통합센터를 신설하고 초대 소장에 보수경제학자인 현진권(사진) 전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사회통합센터는 사회통합관점에서의 정책, 정부정책평가, 사회이슈 분석, 통합관련 자료축적·공감대 형성, 기부·기업의 사회공헌 등을 주로 연구할 예정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등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이 벌어지는 것에 적극 대처해가자는 취지로 별도 기구를 설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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