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 사장이 출장을 위해 회사를 나서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경비원을 만났다. 그런데 경비원은 사장을 보자마자 간밤의 꿈 이야기를 꺼냈다. 사장이 탄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폭발하더라는 것이었다. 사장은 미신을 믿는 사람인지라 여행을 연기했다. 꿈은 적중했다. 사장이 타려던 항공기가 이륙 직후 추락한 것이다. 사장은 경비원을 불러 사례금 1억원을 줬다. 그리고는 돌연 경비원을 해고했다. 야간근무를 할 사람이 꿈까지 꿀 정도로 잠을 잤으니 근무 태만이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경비원은 어디에다 하소연을 할까. 즉시 가까운 지방노동위원회로 가면 된다. 노동위는 근로자가 부당해고를 당했거나 인사상 크고 작은 불이익을 받았을 때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준다. 사업주와 노동조합 간에 월급 문제로 합의가 안 되면 조정도 해준다. 법원까지 가서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노동위에 의뢰하면 한 두 달 안에 신속하게 판정받을 수 있다. 노동위에 올라온 안건의 판정 및 조정은 공익위원들이 한다. 노사관계에 많은 경험을 가진 교수나 변호사들이다. 근로자와 사업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보니 근로자 측에선 노조 대표가, 사업주 측에선 사용자단체 사업주들이 위원으로 참석한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용접공으로 일하던 A씨는 근무지 이탈이 잦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별 통보를 한 여자 친구를 설득하기 위해 여러 차례 만나다 직장에 소홀히 한 것이었다. A씨는 결국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다시 일에 몰두하려했다. 그런데 해고를 당한 것이다. A씨는 지방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는 사업주를 줄기차게 설득해 화해를 주선했다. 사업주도 용접공을 새로 뽑아 훈련시키는 것 보다는 A씨를 계속 고용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회사는 A씨를 복직시켰고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했다. 회사와 A씨의 문제가 '화해'가 아닌 '판정'으로 끝났다면 어땠을까. 부부관계로 본다면 이혼에 도달하는 것이다.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판정보다는 서로 만족하는 선에서 화해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노동위에 대한 오해를 하나 풀고자 한다. 노동위의 판정에서 근로자가 이긴 경우를 '인정률'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최근에 인정률이 낮아지는 것을 두고 노동위가 사업주편을 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노동위는 어느 한쪽에 손을 들어주는 판정에 앞서 서로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고 화해를 주선하는 쪽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근로자가 부당하게 해고당했다고 구제신청을 할 경우 단지 판정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판정에서의 인정률과 화해율을 더한 권리구제율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권리구제율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부당해고 사건의 경우 2003년에는 50.5%였으나 지난 해는 66.4%였다. 또 노동위 판정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노동위 판정이 그대로 유지되는 비율이 작년에는 88%였다.
화해는 노사분쟁을 원만하고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제도로서 노사 모두 선호한다. 화해한 후 사업주가 이행하지 않으면 재판 없이도 곧바로 강제집행이 가능해 근로자의 권리구제 효과도 높다. 화해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동위는 위원 여러 명이 참석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단독으로도 진행될 수 있게 절차를 간소화했다. 화해율을 높일 수 있도록 위원 및 조사관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노동위는 그 누구의 편이 아니다. 단지 국민의 편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권익을 좀 더 보호하고 높이는 것을 목표로 존재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노동위가 노사 분쟁의 해결에 도움이 되고 공정한 판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사회가 성원해야 노사가 함께 발전한다.
정종승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