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의원 이석기의 애국가 발언은 구태여 정색하고 논평할 가치가 없다. 그저 한껏 비웃을 만하다. 주사파 실세니 뭐니, 색깔 논란을 한 것이 어색할 정도다. 수십 년 전, 갓 대학에 들어가 운동권 구호에 무작정 달뜬 설익은 청춘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자가 어지러운 세월을 요령껏 헤엄친 끝에 불법으로 국회의원 자리를 꿰찬 감동에 겨워 유치한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그가 들먹인 닭 짓, 닭 대가리 수준이다.
■ 애국가는 법이 정한 국가(國歌)가 아니라는 주장부터 생뚱맞다. 세계 각국은 법으로 국가를 정하거나 관습으로 공인한다. 많은 경우 관습적으로 부르다가 법이나 정부 훈령으로 정식 국가로 채택했다. 미국 영국 일본이 대표적이다. 애국가도 한말(韓末) 서양 민요 가락으로 부르다가 일제 치하 안익태의 선율로 바꿔 광복군 창설과 1948년 정부 수립 때도 불렀다. 오래 정착된 관습을 2010년 국민의례규정, 대통령 훈령으로 확인했다.
■ 독재 정권이 정한 국가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은 이래저래 몰상식한 궤변이다. 민족 역사와 정한(情恨)을 담은 아리랑이 낫다는 주장도 그렇다. 노랫말 어디에 민족 역사가 담겼는지, 애잔한 곡조가 국가로 적합한지 의문이다. 국가는 대개 민족 역사와 전통, 선조들의 불굴의 투쟁을 찬양하고 애국심을 북돋우는 가사와 곡조로 돼 있다. 애국가는 모범적이다.
■ "애국가 제창 강요는 전체주의"라는 말은 언뜻 그럴 듯하다. 그러나 그걸 강요하는 일반적 관행은 없다. 미국 공립학교 등에서 더러 논란하지만, 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 행사의 국가 연주에 비춰보면 이석기의 주장은 그냥 공허하다. 이 따위 닭 짓으로 국면 전환을 노렸다면 무모하다. 진보신문 사설 등이 억지 논리로 변호하며 이념 논란을 탓하는 것은 더욱 우습다. 지적 성장을 멈춘 운동권 잔재, 이념으로 과대 포장한 주사파는 공론장에서 분리 수거해 멀리 치워야 한다. 그게 보수든 진보든 국민의 정신건강과 공중위생에 좋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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