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새로 나기 핵심과제'는 구당권파의 도착적 인식을 크게 고친 현실주의 노선의 표방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새로 나기 특별위원회'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헌법을 옹호하고 준수하는 제도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간다"고 밝혀, '종북' 성향을 비롯한 구당권파의 시대착오적 인식이 헌법 경시와 무관하지 않음을 시인했다.
그 바탕 위에서 특위는 북한 인권과 핵개발, 3대 세습 등에 대한 '변경 견해'의 골자를 발표하고 차기 당 지도부가 강령 개정 등을 통해 더욱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인권의 보편성에서 볼 때 매우 심각하고 북한의 특수성을 이유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 핵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와 함께 "남한에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3대 세습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원칙상 당연히 비판돼야 한다"는 점을 앞세웠다.
또한 당 강령의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ㆍ비핵화 달성 이후의 한미동맹 해체와 미군 철수'가 당장의 한미동맹 해체와 미군철수로 오해 받지 않도록, 재벌해체론에 대해서도 현실성과 타당성 면에서 각각 재검토를 주문했다. 한편으로 '비정규직 특별본부 설치'와 '민주노총과의 정책협의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특위의 견해는 그 동안 대북ㆍ대미 인식이 핵심 잣대였던 진보성 판단을 재벌 개혁과 민중 삶 등 현실 쪽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멀리로는 주사파의 뿌리인 '민족해방(NL)' 노선에서 '민중민주주의(PD)' 노선으로의 전환이고, 가깝게는 이석기 의원이 최근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라고 밝히는 등 날로 상식과 멀어지는 구당권파와의 결별이다.
다만 이런 새 노선의 구체화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남는다. 이대로만 실현되면 차별화를 위해 민주당의 '좌 클릭' 흐름이 반전하는 등 한국정치의 이념지형이 바뀌는 계기가 될 만한 '사건'이지만, 구당권파가 다시 당권 장악에 성공하면 모든 게 없던 일로 끝난다. 통합진보당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여전히 눈을 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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