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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서프라이즈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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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서프라이즈 2012'

입력
2012.06.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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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상반기만 같아라.'

한국영화가 관객들을 힘차게 빨아들이고 있다. 17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4,167만607명)는 지난해 같은 기간(3,097만3,551명)보다 무려 1,100만명 가량 늘어났다. "폭발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영화계가 깜짝 놀랄 수치다. 한국영화의 제2의 전성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분석까지 나온다. 같은 기간 미국영화 관객 수(3,136만1,847명)는 지난해(2,845만7,414명)보다 약 300만명이 늘어났다.

한국영화 흥행의 주역으로는 30~40대 관객이 꼽힌다. 특히 X세대라 불리며 1990년대 청춘문화를 선도했던 30대 후반 관객들이 한국영화 흥행 레이스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1~8월 기준) 전체 예매 관객에서 40대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로 2006년(9.9%)보다 14.4%포인트나 늘었다. 30대 관객은 33.7%였으며 20대 관객은 34.3%를 기록했다. 20대 관객 수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30~40대 관객들이 증가하면서 전체 관객 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보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장은 "지금 30~40대는 여가 활동에 돈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 세대다. 20대 때 영화를 즐기던 그들이 나이 들어서도 극장을 즐겨 찾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동원 1~5위 영화 모두 30~40대의 감성에 호소하는 영화들이었다. 복고 색채가 짙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468만3,598명)와 '건축학개론'(410만4,981명) '댄싱퀸'(400만9,986명) 등이 연이어 '잭팟'을 터트렸다. 권태기에 빠진 부부 관계를 스타일리시한 화면으로 구성해 4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내 아내의 모든 것'(382만143명)도 '어른' 취향이 강하다. 석궁 교수 사건을 다룬 '부러진 화살'(341만5,068명)도 중년층이 더 선호할만한 영화다. 상반기 100만 관객을 넘긴 한국영화는 무려 15편.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적어도 100만명은 넘어야 체면치레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내 아내의 모든 것'과 '부러진 화살'의 투자배급사 NEW의 박준경 마케팅실장은 "'건축학개론'처럼 30~40대가 좋아할 내용에 20대가 호감을 갖는 이제훈과 수지를 캐스팅하는 식으로 공감의 폭을 넓힌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 증가는 더욱 의미 있다.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3월 관객(679만4.568명)이 지난해(274만9,206명)보다 400만여명이나 늘었다. 박준경 실장은 "완성도는 높지만 과연 흥행이 잘 될지 의심스러운 작품들을 비수기에 배급해서 오래 상영하는 역발상 전략도 먹혀 들었다"고 말했다.

제작비 30억원 내외의 중급영화들이 흥행 바통을 주고 받으며 관객몰이에 나선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좀 더 엄격한 투자와 제작 관리를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김보연 센터장은 "2008년이 수치 상으로 최고 불황기였는데 그런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제작자들의 내공이 다져졌고, 영화들도 더 다채로워졌다"고 설명했다.

MBC와 K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파업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등 주말에 볼거리가 대거 사라지면서 30~40대 관객들이 더 극장을 많이 찾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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