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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긴축 선택/ "최악 면했다" 안도 랠리 속 "이제 첫걸음일 뿐" 경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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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긴축 선택/ "최악 면했다" 안도 랠리 속 "이제 첫걸음일 뿐" 경계 목소리

입력
2012.06.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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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험한 산 하나(그리스 2차 총선)를 넘었다. 만약 이번에도 연정 구성이 어렵게 됐거나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이 승리했다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졌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이벤트였고, 숨죽여 총선 결과를 지켜보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긴축 약속 이행을 내건 신민당의 승리에 환호하며 안도 랠리를 만끽했다.

그리스 2차 총선 결과가 나온 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장한 아시아 증시는 18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를 해소했다는 기대감에 일제히 상승했다. 우리나라 코스피는 장중 1,900선을 돌파하는 강한 반등을 보이다 1.81% 상승(1,891.71)했고, 일본(니케이) 1.77%, 대만(가권) 1.76%, 중국(상하이종합) 0.40%, 호주 1.87% 등도 강하게 반등했다. 뒤 이어 개장한 유럽 주요국 증시도 1% 넘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안전자산(달러) 선호 현상이 주춤해지면서 원ㆍ달러 환율도 8.5원 급락하며 1개월여 만에 1,150원대로 내려앉았고, 유로화 가치도 모처럼 뛰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당장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나고 유로존을 탈퇴하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시장이 안도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위기 해결의 첫 걸음을 내디뎠을 뿐, 아직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가 켜켜이 쌓여있는 만큼 중국 금리 인하나 스페인 구제금융 때 그랬던 것처럼 반짝 랠리에 그치고 말 가능성은 상존한다.

우선 이번 총선 결과가 그리스의 불확실성을 모두 제거했다고 보긴 어렵다. 총선에서 승리한 신민당이 사회당과 연정 구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향후 트로이카(EUㆍECBㆍIMF)와의 구제금융 재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등에 따라 시장은 다시 출렁일 공산이 크다.

그리스 국민들이 긴축을 통한 유로존 잔류를 선택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그리스 경제가 회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씨티그룹은 "새 내각이 구성되더라도 18개월 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50%에서 75%에 달한다"고 평했고,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RGE)도 "그리스의 정치적 불안정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에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그리스보다 파괴력이 몇 배, 몇 십 배 더 강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다. 스페인의 경우 국채 금리가 한때 마지노선이라는 7%를 돌파했고, 이탈리아 역시 6%를 넘어섰다. 그리스 문제가 해소된다고 해서 이들 국가까지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그리스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면서 스페인, 이탈리아로 위기가 번져가는 전염 효과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두 나라가 안고 있는 근본 문제까지 없어지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은 물론 글로벌 정상들이 강도 높은 근본 해법을 도출해내지 않는다면 시장의 안도는 금세 불안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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