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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식의 인사이트] 프로는 인터뷰도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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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식의 인사이트] 프로는 인터뷰도 실력이다

입력
2012.06.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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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인기와 더불어 각 방송국의 프로야구 편성 경쟁도 치열하다.

지상파를 비롯한 각 케이블, 인터넷 방송 등은 프로야구 경기가 끝날 때까지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더불어 프로야구 중계방송 후에는 하이라이트를 편성해 야구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하이라이트에는 해설자, 남녀 진행자 등이 함께 출연해 경기 주요 장면은 물론이고 승패 원인과 각 팀의 문제점 등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다.

프로야구 관련 방송에서 특히 돋보이는 존재는 여성 아나운서다. 요즘 각 방송사는 미모와 재치를 겸비한 여성 아나운서를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야구장과 방송 스튜디오에서 거침없는 활약으로 프로야구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야구를 아는 남성 팬들에게는 설렘의 대상으로, 야구를 잘 모르는 여성 팬들에게는 야구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들어 몇몇 여자 아나운서는 A급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야구장에 나가는 여자 아나운서는 주로 경기 전후에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의 인터뷰를 담당하고 있다. 여자 아나운서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두 번 놀란다. 먼저 야구 지식을 상당히 갖추고 있다는 것에, 그리고 부드러운 답변을 유도해내는 진행 솜씨 때문이다.

스튜디오에서 야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들 역시 프로 냄새가 물씬 풍긴다. 프로야구의 경기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고, 출연자와 막힘 없이 대화를 할 만큼 야구 상식이 풍부하다. 마치 여성 야구 해설자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각 방송사 마다 여성 아나운서들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부작용도 있다. 여자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야구 지식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도를 넘는 진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설픈 야구 지식으로 전문가 흉내를 내면 프로그램의 권위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막상 인터뷰를 하는 프로야구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은 여자 아나운서들의 질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동문서답하거나 누구나 예측 가능한 대답으로 시청자들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는 몸값에 걸 맞는 인터뷰를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지성을 예로 들어보자. 박지성은 "자신에게 축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내가 살아있는 이유"라고 수준 높은 대답을 했다. 그는 '축구에만 전력 투구하고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할 만큼 소양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앞으로 인터뷰할 기회가 점점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누가 홈런을 쳐서 이겼다, 누가 잘 던져서 이겼다'는 식의 평범한 대답으로는 절대로 자신을 각인시킬 수 없다.

이제 인터뷰는 장외 경기가 아닌 실전이다.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포장하고 상품 가치도 높일 수 있는 시대다. 그러려면 야구 기량 향상과 더불어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항상 책을 가까이 하면서 상식과 지식을 넓히고 자신의 철학까지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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