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를 들고 위협하는 강도를 막아 섰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이틀 전 맨 손으로 강도를 붙잡은 고교생 손석진(17ㆍ세화고2)군은 17일 "무섭지만 다시 그 상황이 되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군이 강도를 맞닥뜨린 것은 15일 오후 6시30분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교 문을 나서던 손 군은 '저 놈 잡아라'라는 소리를 듣고 몸을 뒤로 돌렸다. 둔기를 든 한 남성이 '비켜라'고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손 군은 순간적으로 몸으로 막아 섰지만 그 남성은 어깨를 부딪힌 후 달아났다. 손군은 "강도라는 생각이 들어 있는 힘껏 뒤쫓아 갔고 그의 옷을 잡아 넘어뜨렸다"고 말했다. 손군은 곧 이어 달려온 공익요원 방모(22)씨 등과 함께 망치를 든 남성을 제압했다. 이들은 경찰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올 때까지 3분 정도 그를 붙잡고 있어야 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이날 노상에서 안모(59ㆍ여)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나다 손군 등에 붙잡힌 하모(40)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하씨는 버스를 기다리던 안씨의 루이비통 가방을 강제로 빼앗으려 했으나 안씨가 가방을 놓지 않고 저항하자 망치로 안씨의 머리를 내리쳤다. 하씨는 사건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소리를 지르며 몰려오자 그대로 달아났고 손군과 방씨 등이 뒤따라가 붙잡았다.
경찰관계자는 "범인이 175cm에 75kg의 건장한 체격에 둔기까지 들고 있어 위험한 상황인데도 용감한 시민들 덕분에 강도를 현장에서 붙잡을 수 있었다"며 "손군과 방씨에게 용감한 시민상과 소정의 포상금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안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화고 관계자는 "선도부장을 하기도 했던 손군은 평소에도 궂은 일을 도맡은 모범 학생"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