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오늘 지령 2만호를 맞았다. 1954년 6월 9일 창간호를 낸지 58년 9일만이다. 한국전쟁 직후 이 땅에 희망과 정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고, 누구도 억제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출발한 한국일보는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시대정신과 언론의 사명을 지켜왔다.
사시(社是)인 '춘추필법의 정신, 정정당당한 보도, 불편부당한 자세'에도 잘 나타나있다. 권력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잊지 않았고, 사실 보도에 주저하지 않았으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다했다. 푸른 청년의 마음으로 척박하기만 했던 우리의 문화, 예술, 스포츠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데도 누구보다 앞장서 기여해 왔다. 한국일보가 언제나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품격 있고 사랑 받는 신문으로 꼽혀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령 2만호에 마냥 기뻐하고만 있을 순 없다. 오늘 우리 언론의 모습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생각하면 착잡하다. 신문들은 정파주의에 빠져 불편부당한 자세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실 보도 보다 의견과 주장에 집착한 나머지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이념까지도 상업주의에 이용되면서 언론이 국민화합과 소통보다는 오히려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신문의 위기를 자초했다.
우리 역시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지령 2만호를 맞는 각오가 새롭다. 한국일보는 춘추필법의 정신과 불편부당한 자세로 어떤 권력이나 집단에도 흔들리지 않고 객관적 사실 보도에 더욱 충실할 것이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국민의 진정한 알 권리를 지키고 키우는데 앞장설 것이다. 이념적 편향성 못지 않게 이념 상업주의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을 것이다.
한국일보의 창간일 6월 9일은 글자 모양 그대로 어떠한 역경에도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 정신을 상징한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으로 한국일보는 참 언론을 위해 58년을 그렇게 걸어왔으며, 지령 2만호 이후에도 변함없이 그렇게 걸어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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