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십 수년을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다 보니 내가 세상의 한 부분이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노벨 평화상의 책임감을 떠올렸습니다."
미얀마의 야당지도자 아웅산 수치(67)가 16일(현지시간) 노벨 평화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치는 1991년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1990~2010년 미얀마 군부로부터 가택연금과 해제를 반복적으로 당하며 수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수치는 당시 시상식이 열렸던 오슬로 시청에서 21년 만에 밝힌 수상 소감을 통해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0분의 수상 소감에 청중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14일부터 17일 일정으로 유럽 5개국을 순방 중인 수치는 자신의 예순일곱번째 생일인 19일 영국에서 두 아들을 만난다. 영국에서 살고 있는 둘째 아들 킴 아리스(35)는 첫 가택연금 이후 몇 차례 만났지만 첫째 아들 알렉산더 아리스(39)는 22년 만에 만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수치를 대신해 두 아들과 함께 노벨 평화상을 받은 남편 마이클 아리스는 99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군부는 가족과 떨어져 미얀마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수치가 남편 임종을 지키러 미얀마를 떠날 경우 입국을 못하게 할 목적으로 그의 가택연금을 잠시 해제했다. 그러나 수치는 임종과 장례식 참석을 포기했다.
미얀마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난 수치는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아버지가 암살당한 후 미얀마를 떠나 64년 영국 옥스퍼드대에 진학해 그곳에서 남편을 만나 평범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8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뵙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가 20년 이상 가족과 헤어져 지내야 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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