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 일본 후지산 인근 3개 현(県) 관계자로 구성된 '후지산 화산방재 대책협의회'가 피난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2015년까지 최종 계획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후지산 분화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국내 포털사이트를 통해 빠르게 번졌다. 2010년 4월 폭발한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야틀라이외쿠틀 화산에 버금가는 피해를 줄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 화산폭발로 유럽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지됐고, 전 세계 항공편의 29%가 결항됐다. 당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 대란의 피해액이 최소 17억 달러(1조9,77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학계에선 후지산이 당장 폭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후지산의 마그마방이 여전히 지하 15~25㎞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폭발이 임박하면 마그마를 머금은 마그마방이 지표로 상승하는데, 현재 그렇지 않다는 것.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일본이 피난계획 마련에 나선 건 만약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며 "후지산 분화가 다가와 행동에 나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후지산은 약 10만년, 1만년 전에도 분화했다. 가장 근래에 있던 폭발은 1707년 일어났다. 폭발 규모는 화산폭발지수(VEI) 5등급. VEI는 0~8등급까지 있는데, 0등급은 분화구에서 마그마만 나오는 경우다. 나머지 1~8등급은 배출된 화산재 양에 따라 구분한다. 약 1,000년 전 백두산 화산 폭발의 VEI는 7등급이었다. 이때 나온 화산재는 100~150㎦ 면적을 가득 메울만한 양이었다.
높이가 3,776m인 후지산의 분화가 백두산(높이 2,750m)보다 폭발력이 낮은 이유는 마그마의 성분, 칼데라호의 유무와 관련 있다. 칼데라호는 분화구 안에 물이 괸 호수다. 마그마는 크게 안산암질, 유문암질, 현무암질로 나뉜다. 그 중 후지산에서 나오는 것은 현무암질 마그마다. 이 마그마는 다른 마그마보다 휘발성 성분이 적어 폭발력이 크지 않다. 백두산 천지와는 달리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지 않은 점도 폭발력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더욱이 지구온난화 때문에 2000년대 들어 겨울에도 후지산 정상에는 눈이 쌓이지 않고 있다.
반면 백두산은 휘발성이 가장 큰 유문암질 마그마를 머금고 있고, 분화구엔 평균 수심 213m인 천지(天池)가 있어 많은 이들이 폭발을 우려한다. 황상구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야틀라이외쿠틀 화산도 휘발성이 좋은 안산암질 마그마가 분출됐고, 분화구 주변의 얼음이 순식간에 기화하면서 증기폭발이 일어났다"면서 "그로 인해 엄청난 화산재가 발생해 피해를 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아예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일본 후지산방재검토위원회는 후지산 분화로 인한 피해액이 최대 2조5000억엔(약 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후지산이 내뿜은 화산재가 날아와 수도권에 2㎝이상 쌓이고,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화산재에는 산성비의 원인인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이 들어있다. 화산재가 지표에 0.5㎜ 쌓이면 식물을 재배할 수 없고, 30㎝이상 되면 목조건물이 부식된다.
그러나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윤 교수는 "동북아시아는 편서풍대에 있어 후지산이 내뿜은 화산재는 우리나라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화산재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국내로 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안산암질ㆍ유문암질 마그마로 된 화산재는 가볍고 공기구멍도 많이 뚫려있어 먼 거리를 갈 수 있지만 현무암질 마그마는 휘석, 감람석 등 무거운 광물을 많이 갖고 있어 화산재가 멀리 가질 못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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