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의 끝 부분에 도달했다는 나사(NASA)의 발표가 있었다. 1977년 9월 5일 발사된 보이저 1호는 목성과 토성 같은 태양계 내 거대기체행성들과 그들의 위성들을 관측하는 임무를 마치고 태양계 외곽을 향해서 외로운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우리로부터 약 180억 km 떨어진 거리에서 초속 17 km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1970년대에 발사된 4대의 우주탐사선이 태양계 외곽을 향해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다.
보이저 1호와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2호는 약 150억 km 떨어진 거리에서 비행을 하고 있다. 보이저 탐사선 보다 먼저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비행을 하고 있다. 우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공물인 보이저 1호는 그 거리 기록을 계속 갱신하면서 움직이고 있다.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인공물 중 가장 먼저 태양계를 벗어나는 물체가 될 것이다. 다른 3대의 탐사선들도 결국은 그 뒤를 따를 것이다.
태양계의 끝 부분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사실 태양계의 끝이라는 개념은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딱 끊어서 여기까지가 태양계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것과의 경계가 있을 뿐이다. 태양의 중력이 영향을 미치는 지역까지를 태양계라고 해보자.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어느 곳에 다른 천체의 중력의 영향이 비슷하게 커지는 경계 지역이 있을 것이다. 그 지역을 넘어서면 태양 중력의 영향력은 점점 감소할 것이다. 중력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그런 지역을 태양계의 끝 부분 또는 바깥 경계 지역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물체가 존재하는 곳까지가 태양계라고 한다면 혜성의 씨앗들이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오르트 구름이 태양계의 끝일 것이다. 태양의 자기장의 영향권까지를 태양계라고 한다면 자기장의 방향이 바뀌는 지역이 태양계의 끝자락이 될 것이다.
이번에 나사에서 언급한 태양계의 끝 부분은 전하를 띤 입자의 기원과 그 양과 관련된 개념에 근거하고 있다. 보이저 1호는 그동안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전하 입자(우주선)와 태양계 밖에서 날아오는 전하를 띤 입자의 양을 비교한 결과를 지구로 전송해 왔다. 2009년 1월과 2012년 2월 사이에 태양계 밖에서 날아오는 우주선의 양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올해 5월 7일을 기점으로 태양계 외부에서 날아오는 우주선이 보이저 1호에 부딪히는 양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우주선의 상대적인 양의 비율의 변화와 절대적인 숫자의 증가를 종합해 보면 이제 태양계의 경계 지역에 들어섰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이저 1호가 들어선 영역은 우주선의 양을 근거로 한 태양계의 끝자락인 것이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처음 인지하는 태양계의 경계 지역에 돌입한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보이저 1호는 동력이 바닥나는 2025년까지는 더 흥분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정보를 계속 지구로 전송할 것이다. 과학자들의 추정이 맞는다면 자기장의 방향이 변하는 영역에 들어섰다는 소식은 조만간 듣게 될 것이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소식을 전해줄지도 모른다.
아쉽지만 2025년 이후로는 보이저 1호로부터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보이저 1호는 지구로 전송하는 동력이 끊어진 후에도 관성으로 비행을 계속할 것이다. 다른 의미에서 여러 태양계의 끝자락을 통과할 것이다. 오르트 구름도 만날 것이다.
이명현 SETI코리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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