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IP 부티크'호텔은 독특한 컨셉으로 2010년 개관 때부터 이목을 끌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말을 탄 로봇 인형이 호위병처럼 서 있고, 로비 한 켠엔 고풍스런 여행가방 모양의 엘리베이터가 자리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미술작품이 걸린 복도를 지나 객실에 다다르면 벽마다 그려진 팝아트가 투숙객을 기다린다. 이쯤 되면 호텔 내 모든 것이 흥미요소인 셈. 이 호텔은 140개 객실 예약률이 상시 90%를 넘으며 이태원의 명물이 됐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부티크 호텔'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잇다. 부티크가 본래 '작은 규모에 특색 있는 물건을 파는 곳'이란 뜻인 만큼, 호텔은 로비에서부터 객실까지 남다른 인테리어로 가득 차 있다. 시초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도심호텔들. 임대료 부담이 컸던 중소 호텔업자들은 투숙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미적 요소에 투자했다. 이 부티크 바람이 국내에까지 상륙한 것이다.
국내의 부티크 호텔들은 비즈니스 호텔의 진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급증하는 데 비해 이들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부족해, 최근 도심에는 중소형 비즈니스호텔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 하지만 대부분 비즈니스호텔은 숙박난 때문에 급조된 탓에 별 개성 없이 그저 특급호텔의 축소형과 다를 바 없어, 모텔과도 차별화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에 비해 부티크 호텔은 규모와 비용은 비즈니스 호텔급이면서 독특한 인테리어로 기존 비즈니스호텔의 밋밋함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개장한 '호텔 더 디자이너스'는 디자이너 15명이 90개 객실을 모두 다른 컨셉으로 꾸몄다. 벽돌 모양의 벽지와 깃발 장식으로 영국풍 느낌을 살린 '비틀즈룸', 느티나무 원목으로 벽을 꾸민 '스윗버블트리룸' 등 방 마다 주제와 이름이 있다.
부티크 호텔의 가장 주목할 특징은 공간활용을 극대화하는 것.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꼭 필요하지 않은 공간은 없애거나 대폭 줄였다. '호텔 더 디자이너스'의 경우 ▦20명 정도가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소형 공간만 마련하고 대형 연회실은 없앴으며 ▦자체 운영하는 커피숍도 두지 않고 외부 커피전문점을 입점시켰다.
가구업체 까사미아가 지난해 강남구 신사동에 선 보인 부티크 호텔 '라 까사' 역시 대형 연회장 대신 옥상 팬트하우스에 마련된 정원을 파티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라 까사'는 특히 61개 객실을 전부를 까사미아 가구로 채워, 호텔 자체가 가구 신제품 체험매장처럼 운영되고 있다.
하루 숙박료는 10만원대 후반~20만원대 초반. 한 부티끄 호텔 관계자는 "연회장이나 레스토랑, 커피숍 같은 고정비용요소를 없애거나 줄였기 때문에 화려한 인테리어 비용투자에도 불구하고 일반 비즈니스 호텔과 같은 숙박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볼거리와 흥미거리까지 더해지자 최근엔 외국인 투숙객들 사이에도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호텔이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닌 머무는 동안 즐기는 곳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면서 "중소형 부티크 호텔들은 점차 특급호텔 손님들까지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