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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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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입력
2012.06.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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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 존재가 흔치 않지만 게이영화는 낯설지는 않다. 이미 2006년 '후회하지 않아'가 100만 관객과 만나며 동성애 소재가 더 이상 국내 스크린에서 금기가 아님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한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자장 안에서 동성애자의 삶을 웃음과 눈물로 버무린 이 영화는 국내 첫 상업적 게이영화라 해도 무방하다.

동성애라는 소재가 큰 변수이긴 하지만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결혼하라는 부모의 성화를 이겨내기 위해 위장결혼을 단행하는 청년의사 민수(김동윤)를 중심으로 그의 가짜 신부이자 병원 동료인 효진(류현경), 민수의 동성애인 석(송용진), 효진의 동거녀인 서영(정애연) 등 남녀 네 명을 주요인물로 배치한다. 같은 성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특별함을 제외하면 익숙한 설정이다.

영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발랄하다. 예고 없이 아들의 신혼 집을 찾은 부모 때문에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 게이 전용카페에 모인 게이들의 수다 등이 웃음을 부른다. 동성애 때문에 생긴 가족과의 갈등을 피해 한국을 찾은 재미동포 석의 서글픈 사연, 민수와 석의 달콤한 관계 등을 양념으로 섞으며 영화는 대중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장조로 이어지던 이야기는 효진의 남다른 정체가 병원에 알려지면서 단조로 급변한다. 결혼으로 부모의 재산을 상속 받아 연인과 독일로 이민 가려던 민수의 꿈과 어린 아이를 입양하고 싶었던 효진의 바람이 틀어지면서 스크린에 어두운 기운이 깃든다. 민수를 짝사랑하는 동성애자인 티나가 동성애를 혐오하는 남성에게 얻어맞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지게 되면서부터 영화는 비극적인 어조로 돌변한다.

죽음이 등장하고 장례식이 주요 장면으로 활용되지만 영화는 끝까지 밝고 희망찬 기운을 잃지 않으려 한다. 특히 결말부분은 비현실적이라 할 만큼 발랄하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싸우면서 맞춰가는 게 인생"이라는 한 게이의 대사는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함축한다. 서로에 대해 치열하게 알아보고 서로를 인정하는 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세상 아닐까라는 감독의 주장은 특별하진 않으나 울림이 꽤 크다.

'후회하지 않아'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의뢰인' 등을 제작한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가 연출한 첫 장편영화다. 단편 '소년, 소녀를 만나다'와 '친구사이?' 등을 통해 연출분야로 활동 영역을 조금씩 넓혀 온 그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을 이 영화에서 발휘한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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