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색감에 달처럼 풍만한 형상이 특징인 '달항아리' 백자. 순백의 미와 적절한 균형감으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다. 무엇보다 조선의 백자 문화를 풍요롭게 했던 것은 "경기도 광주의 중앙관요에서 생산한 빼어난 백자와 함께 지방 곳곳의 특색을 드러내는 지방 관요와 민요였다."(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조선후기에 들어서면서 조선 왕조의 공식 자기제작소인 광주 분원은 해체된다. 당시 분원 자기를 모방한 도자기들이 지방 민간 가마에서 다수 제작이 된다. 하지만 B급 유물로 여겨지며 이들에 대한 연구는 현재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중 하나인 해주가마 백자를 조명한 전시가 서울 가회동 북촌민예관에서 열리고 있다. '솔직하고 소탈한 자연의 세계-해주 가마, 또 다른 백자의 발견'전으로, 해주가마 백자 100여 점이 나왔다.
해주 항아리 혹은 해주 도자기로 불리는 '해주가마 백자'는 구한말, 황해도 해주 일대의 민요에서 만들어진 백자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북한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시장에서 본 해주가마 백자의 형상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도자기의 형상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아도 좋을 정도의 커다란 옹기 독 형태부터 꽃 한 송이 담으면 좋을 검지 손가락 길이만한 형태까지 다양하다. 큼직하고 긴 형태가 준(樽), 준보다는 키가 작고 좀 더 풍만한 것이 호(壺), 술병처럼 입구가 좁은 것을 병(甁)으로 분류하지만 해주가마 백자 하면, 보통은 큼직한 독 형태를 가리킨다. 특히 '병'형태는 드물어 이번 전시에도 한 점만 나왔다.
독특한 형태만큼이나 문양이 눈길을 끈다. 사기장인들이 나름의 실력을 뽐내 그려낸 것들로, 유형과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관요의 도자기가 지정된 도안을 빼어나게 그려낸 솜씨를 자랑했다면, 해주가마 백자엔 거침없는 활달함이 돋보인다. 모란, 국화, 풀과 꽃, 물고기, 수탉 등의 동물이 주로 그려졌다.
지방색도 드러나지만 중앙관요의 유행을 따른 솔직함도 보인다. 전라북도 남원시 천거동의 광한루(廣寒樓)는 조선 중기의 누각으로, 당시 유명한 유람지였다. 해주의 장인은 소문으로만 들어온 광한루를 떠올리며 기와지붕을 그리고는 그 옆에 '光寒樓'라고 적어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 문양은 청색의 코발트나 산화철이 주성분인 철화와 동화를 사용해 각각 갈색과 검붉은 색을 표현했다. 전시는 7월 15일까지. (02)766-8402
이인선기자 kel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