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를 전공한 조환(54)씨의 전시에선 은은하게 감도는 묵향을 맡을 수 없다. 전통적인 한국화의 정신을 따르는 동시에 현대적인 방식을 치열하게 모색해온 조씨가 붓과 먹 대신 택한 것은 강철판과 용접기. 수묵산수화는 굵고 짧은 강철판을 이어 붙였고, 섬세하게 오려낸 줄기와 잎으로는 울창한 대숲을 만들었다. 그의 개인전이 22일까지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열린다.
수묵화를 본다기 보다, 그 안을 거닌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이들 작품은 벽에서 한 뼘쯤 떨어진 채 붙어있어 조명을 비추면 새하얀 벽에 또 하나의 빛의 수묵화가 어린다. 강철을 용접한 조씨의 한국화가 첫선을 보인 것은 2007년. 이번 전시에는 신작 20여 점이 나왔다. 모든 작품에 '무제'가 붙었지만 한눈에 봐도 매화, 난, 국화, 대나무 등의 사군자와 거친 산세를 그려냈음을 알 수 있다. (02)733-5877
이인선기자 kel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