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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 우주강국 행복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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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 우주강국 행복소국

입력
2012.06.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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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주말 내내 축제의 도가니였다.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9호를 실은 창정(長征)2-F 로켓이 토요일(16일) 오후 6시37분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주취안(酒泉)위성발사센터에서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돼 창공을 향해 힘차게 치솟는 장면이 중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징하이펑(景海鵬), 류왕(劉旺), 류양(劉洋) 등 선저우 9호 탑승 우주인 3명의 인터뷰 장면도 되풀이 방영됐다. 중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이 된 류양은 특히 큰 주목을 받았다. 선저우 9호가 실험용 우주 정거장 톈궁(天宮) 1호와 유인 도킹에 성공할 경우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고도 정밀 우주 기술 확보국이 된다.

하늘에서 화려한 불꽃쇼가 있었다면 바다에선 장엄한 도전이 이뤄졌다. 유인 심해 탐사정 자오룽(蛟龍)호가 금요일 오후 태평양 마리아나해구에서 수심 6,671m까지 내려가는데 성공한 것이다. 자오룽호가 임무를 마친 뒤 수면 위로 떠오르는 장면 역시 전국에 생방송됐다. 지난해 수심 5,188m에 도달했던데 이어 1년 만에 새 기록을 세운 자오룽호는 조만간 7,000m 탐사에 나선다. 해저 7,000m 도전은 미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다섯번째다.

이러한 중국의 굴기는 대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을 과연 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먼저 최근 중국에선 류양보다 산시(陝西)성의 한 병실에 누워 있는 여성 펑젠메이(馮建梅)가 인터넷을 더 뜨겁게 달궜다. 임신 7개월이었던 그가 '한 자녀 정책'에 따라 산아제한 담당 공무원들에게 끌려가 강제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사연에 중국 네티즌조차 울분을 토해낸 것이다. 지난달 미국으로 유학간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 운동가 천광청(陳光誠)이 줄기차게 제기한 불법 낙태로 인한 인권 유린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중국 당국이 '한 자녀 정책'을 펴는 것이 결국 인민의 행복을 위해서일 텐데 그 과정은 너무 불행하다. 진정한 대국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장면이다.

중국의 양대 유제품 회사 중 하나로 베이징올림픽을 공식 후원한 이리(伊利)가 생산하는 영유아 분유에서 또다시 수은이 발견된 사실도 충격을 줬다. 이 회사는 2008년 멜라민을 넣은 분유가 대량 유통되며 영아 6명 이상이 숨지고 30여만명이 치료를 받는 파동이 났을 때도 문제가 됐다. 이러한 업체가 국가적 행사의 후원 기업이었다는 것도 의아한 일이지만 계속되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지 않고 있다는 것은 더 신기한 일이다. 국영기업이란 이유 외엔 달리 설명이 안 되는 대목이다. 사실 하수구 기름과 가짜 쇠고기, 인공계란 등 중국의 먹거리 불안은 입이 아플 정도인데 개선될 기미는 거의 안 보인다.

우주까지 정복하겠다고 나선 국가에서 가장 기본적인 식품 안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이런 불균형은 사회 전반 나아가 중국 외교 당국자의 비뚤어진 의식에도 투영된 듯 하다.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은 지난달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 필리핀을 향해 "소국이 대국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푸잉(傅瑩)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이달 초 "소국이 대국을 멋대로 침범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외교관이라면 결코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말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러한 왜곡된 사고를 갖고 있다 보니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사이가 좋을 리 없다. 중국은 현재 국경을 접한 나라 대부분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한국은 물론이고 북한, 일본, 인도, 필리핀, 베트남 등과 조그만 문제만 생겨도 싸움닭처럼 달려든다.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도 이젠 중국에 넌더리를 치며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중국의 영토는 지금 사상 최대이다. 그러나 땅덩이가 크다고 대국이라 할 순 없다. 중국은 대국도 아니고 소국도 아니며 그냥 중국(중간 정도의 나라)일 뿐이란 평가도 나온다. 중국이 우주에서 자신의 모습을 좀 더 냉정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길 기대한다.

박일근 베이징 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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