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떡집 할래? 한 선배 언니의 제안에 그래야지, 로 일관해온 게 몇 년째다. 장인 누구를 찾아가보자 하는 것까지는 스피드가 났는데 마음을 모으듯 돈을 보태는 일에는 여전히 역주행이니 이쯤에서 목표를 접어야 하나 작정하던 차에 두 종류의 정말이지 상반되는 떡을 맛보게 되었다.
하나는 재벌가에서나 먹는 값비싼 떡이라고 했다. 십만 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이라더니 개수로는 고작해야 일곱 개 정도였다. 금박 문양이 수놓인 화려한 케이스 안에 갖가지 재료로 빚은 다양한 형태의 떡이 하나씩 비닐에 싸여서는 참으로 도도한 포스를 자랑하고 있었다. 맛은 좋았으나 뭐랄까, 다음 기회에 꼭 사 먹겠노라 하는 다짐은 도통 생길 줄 몰랐다.
그리고 받아든 또 하나의 떡 상자. 아무런 장식 없는 종이 박스에 돼지 엉덩이에나 찍는 도장으로 박혀 있는 가게 상호에 유독 '수제'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오밀조밀 모양새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것이 신기해서 물으니 사람의 손이 빚은 것만을 떡으로 친다나. 그러니 맛이 안 좋을 수 있으랴.
600원짜리 떡 하나 물고 이리도 배부를 수 있다니 다시금 떡집 타령을 했더니만 매일같이 쌀을 지고 내리는 노동 속에 14시간 근무는 기본이고 새벽 3시 기상은 의무라고 했다. 3대가 60년 넘게 떡만 빚은 결과가 오늘이라니, 그보다 새벽 3시에 잠드는 나의 습관을 무슨 수로 바꾸나. 생긴 대로 사는 게 순리라니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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