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일보 지령 2만호 특집/ 집중… 특종이냐 낙종이냐 승부는 순식간에 끝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일보 지령 2만호 특집/ 집중… 특종이냐 낙종이냐 승부는 순식간에 끝난다

입력
2012.06.17 10:42
0 0

'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장면은 찍히지 않는다'사진은 셔터 막이 파인더를 가리는 그 짧은 순간의 기록이다. 결정적 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새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다. 특종과 낙종은 바로 그 사이에 있다.

'현장은 생명이다' 내 눈으로 현장을 보지 못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매체의 증가로 몸싸움은 날로 치열해지고, 때로는 위험에 내몰리는 상황 속에서도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 현장에 다가서려는 것은 사진기자의 숙명이다.

'예측하되 예단하지 말라' 사건사고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숱한 상황들을 설정하고 동선과 앵글을 머리 속에 그리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빨리 상황을 판단하는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운칠기삼(運七氣三)'은 특종보도로 수상한 사진기자들이 흔히 소감으로 녹여내는 말이다. 그러나 수 백분의 1초 단위로 잘게 쪼개진 시간 속에서 결정적 순간을 담아내는 건 운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과 집중의 결과물이라는 걸 모든 사진기자들은 알고 있다. 신문이 화보집이 아닌 이상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인물의 눈빛과 손짓 하나, 배경에까지 온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사진기자 초년시절 선배기자로부터 들은 이 말들은 지금까지 취재에 임하는 지침이 되었다.

수 백 년에 걸쳐 민주주의를 완성한 서구와 달리 한국은 불과 6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만큼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가 유난히 많았다. 1954년 창간 이후부터 한국일보가 일궈낸 특종사진들도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그대로 관통하고 있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지금은 대형 사고가 줄어든 만큼 보도사진의 중심도 사건사고 위주에서 환경 노동 생활 등 다양한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이슈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취재가 필요한 사안이다. 한국일보 사진부는 '포토다큐'와 '포토플라자''H 렌즈뷰'등의 지면을 통해 다양한 시도로 보도사진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기자에게 한국 사회는 아직도 격변기다. 수 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는 지금도 종종 있는 일이고, 논쟁이 우선돼야 할 국회에선 스포츠보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수시로 펼쳐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뉴스 가치와 시각적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는 사진기자들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분명한 것은 크든 작든 지면에 실리는 사진은 당대의 사회상을 가장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기자에게 모든 시간은 8000분의 1초에서 길어야 30초(니콘 D4 셔터 스피드 기준)사이의 점으로 기록된다. 점과 점을 연결하면 시대의 흐름이 되고, 크고 작은 선으로 연결하면 단단한 역사의 그물이 된다. 사진 기자는 바로 그 시간 속에서 결정적 순간을 잡아내는 관찰자이자 기록자이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