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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령 2만호 특집/ 한국일보 성남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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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령 2만호 특집/ 한국일보 성남공장 가보니…

입력
2012.06.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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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 9시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공단(工團) 초입. '한국일보' 제호가 선명한 인쇄공장 '미디어프린팅' 2층 기계실에서 윤전 인쇄기 2대가 고막을 때리는 굉음과 함께 돌기 시작했다. 윤전기는 거대한 롤러코스터다. 원통에 휘감긴 채 바닥에서 4층 높이의 천장까지 빨려 올라갔다가 무늬를 새기고 다시 떨어진 종이들이 대판 크기(391×545㎜)로 잘려 차곡차곡 접힌다. 지령 1만9,995호인 12일자 한국일보 초판이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윤전기는 모두 4대. 서울경제와 코리아타임스, 스포츠한국 등 한국일보의 자매지까지 찍어내는 신문제작의 심장부이다. 16명의 윤전팀 직원들은 석유 냄새가 진동하는 공장을 뛰어다니며 처음 나온 신문을 후다닥 살펴보고 윤전기를 조정하는 일을 반복했다. 손병찬(51) 윤전팀 차장은 "재빨리 색상을 조정하지 않으면 파지가 그만큼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신문 제작 파트가 하는 일은 '조판→인쇄→발송'의 3단계다. 조판을 담당하는 화상팀에는 지난해 2월 첨단 장비인 CTP(Computer To Plate) 출력기 2대가 도입돼 편집을 마친 신문 화상 데이터가 레이저를 통해 인쇄판으로 직접 옮겨진다. 화상을 필름으로 찍어 다시 판에 옮기는 작업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거꾸로 된 납활자를 하나씩 골라 문장을 만들고 조판을 하던 시절에 비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윤전기에서 갓 빠져나온 따끈한 신문이 수송차에 실려 전국 각지로 떠나야 제작 업무는 완료된다. 전국의 보급소로 발송된 신문은 다시 배달사원의 손을 거쳐 독자의 아침을 연다. 매일 아침 기자들의 기사 보고에서부터 다음날 새벽 배달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가 시간과의 싸움이다. 최정규(42) 발송팀 과장은 "운반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시간을 못 맞출까 언제나 아슬아슬하다"고 토로했다. 발송을 위해 기다리던 철인통운 우준남(72) 대표는 "한국일보 기사가 요즘 나아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어 뿌듯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신문이 제때 보급소에 도착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사라도 독자와의 만남 자체가 차단되니 배급 속도가 곧 경쟁력이죠"라고 말했다. 1987년부터 한국일보를 운반해 온 그는 최근 한국일보가 주는 협력업체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밤 늦게까지 기사와 편집이 수정된 신문 판본들이 순차적으로 윤전기에 걸렸다. 이튿날 새벽 서울 지역에 배달될 마지막 판을 실은 수송차까지 무사히 공장을 떠나자 이날 야간 책임자인 손 차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18일은 한국일보 지령이 2만호가 되는 날이다. 신문을 만드는 모든 직원들이 땀방울 하나하나가 지령 2만호에 담겨 있는 셈이다.

성남=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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