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부연합이 신당권파의 일원으로 활동해온 울산연합과 손잡으면서 통합진보당의 당권이 다시 구당권파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김재연ㆍ이석기 의원 제명 추진 등 그간 진행된 당 혁신 작업 대부분이 무산될 수도 있다.
통합진보당 내 울산연합 소속인 강병기 전 경남부지사는 15일 "통합해야 쇄신할 수 있고 쇄신해야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며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강 전 부지사는 "이번 사태가 파국의 위기까지 치달은 건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극단적인 치킨게임을 벌였기 때문"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대결 논리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강 전 부지사는 울산연합 소속이면서도 최근 당내 현안에 대해 신당권파와 구당권파 사이에서 애매한 입장을 취해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지내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도 막역한 관계이다.
하지만 그의 출마는 정치적으로 구당권파의 당권 재장악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구당권파가 신당권파에게 당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정파색이 옅은 강 전 부지사를 지원키로 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경기동부연합은 광주ㆍ전남연합, 울산연합 등과 연대해 자주파(NL) 색채가 비교적 덜한 문성현ㆍ강기갑 대표 등을 내세움으로써 평등파(PD)를 견제해왔다.
이미 구당권파의 당 대표 후보로 내정된 오병윤 의원이 사실상 선거대책본부까지 꾸려놓고도 공식 출마 선언을 유보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특히 구당권파와 울산연합은 지난달 중순쯤부터 차기 지도부 선출을 놓고 여러 차례 협의해왔다. 이 과정에선 이석기ㆍ김재연 의원 제명 방침 철회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강 전 부지사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제명이나 출당이 아닌 설득의 방법으로 당사자들이 자진 사퇴하도록 하겠다"면서 혁신비상대책위원회와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신당권파에는 비상이 걸렸다. 신당권파의 심상정 유시민 조준호 전 공동대표 등은 이날 오후 긴급 회동을 갖고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을 당 대표 후보로 내세우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당권 경쟁은 강 위원장과 구당권파의 오 의원, 강 전 부지사 등의 3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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