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는 15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말은 그의 시대착오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일장기와 기미가요가 일본의 국기와 국가로 알려져 있듯이 태극기와 애국가가 우리나라의 표상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없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역대 정권은 항상 국가 행사 때 애국가를 국가(國歌)로 사용해 왔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당시에도 우리 국민은 국민의례 때 애국가를 불렀다. 이 의원의 발언은 국가 관행과 국민 정서를 정면 부인한 것으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우선 이 의원은 "우리나라에는 국가가 없다,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바 없다, 우리나라 애국가는 아리랑이다"고 말했지만 이 발언도 사실과 다르다. 애국가는 2010년 7월 제정된 '국민의례규정'에서 대한민국의 국가라는 법적 근거를 부여 받았다. 규정에 애국가의 악보가 첨부돼 있지는 않지만 '1절부터 4절까지 모두 제창하거나 1절만 제창' 등의 국민의례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애국가는 1948년 8월15일 정부수립일 행사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됐으며 그 뒤 국가 행사에 관행적으로 (국가로) 사용돼 왔다"고 말했다. 스포츠 행사 등 각종 국제 행사에서도 애국가를 우리나라 국가로 쓰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의원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의원이 애국가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 등 운동가요를 부르는 이른바 '민중의례'를 했던 관행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태극기를 걸고 국기에 대한 경례는 하지만 여전히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있다. 진보 진영의 국민의례 거부 관행에 대해 "국가(國家) 자체를 억압과 계급 착취 기구로 보는 좌파적 국가관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 의원은 이어 "세상에 100% 완벽한 것은 없다, 완벽한 것은 관념이다"는 궤변으로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 연루된 자신이 의원직에서 사퇴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관념은 원자폭탄으로도 변하지 않는다"면서 "사퇴하면 부정 선거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정ㆍ부실 선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관념에 저항하기 위해 버티고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는 대신 "당원들의 총의를 묻는 방식으로 하면 (사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지난달 한 케이블TV 인터뷰에서 했던 "종북(從北)보다 종미(從美)가 더 문제"라는 발언을 다시 거론하며 스스로 파문을 키웠다. 이날은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인데 내가 누구의 종(하인)이라는 말인가"라면서 종북의 종(從)을 추종한다는 의미가 아닌 하인의 뜻으로 전환시키긴 했지만 당시와 마찬가지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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