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운영하는 선거기획사를 통해 선거비용을 과다 보전받게 했다는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의 수사 대상에 오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선거홍보를 대행하면서 여론조사까지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지난 14일 이 의원이 대표로 있던 CN커뮤니케이션즈와 함께 부설 여론조사기관인 사회동향연구소도 압수수색한 것이 이런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회동향연구소는 진보당 구당권파의 주축인 경기동부연합이 운영했던 곳이다. 이 의원도 사회동향연구소 대표를 지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진보진영 일감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CN커뮤니케이션즈와 사회동향연구소는 규모나 역사에 비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0년 광주시교육감ㆍ전남도교육감 선거와 지난해 4월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 올해 4ㆍ11 총선 순천ㆍ곡성(김선동 의원), 경기 성남중원(김미희 의원), 서울 관악을(이상규 의원), 광주 서을(오병윤 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문제는 이들 선거구에서 심심치 않게 여론조사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순천ㆍ곡성지역에서도 4ㆍ11 총선을 불과 4일 앞두고 유포된 느닷없는 여론조사 결과 문자로 홍역을 겪었다. 당시 이 문자메시지는 진보당 김선동 후보가 민주당 노관규 후보를 무려 9.2% 차이로 앞선다는 내용. 사회동향연구소가 4월 4일자로 실시한 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보당 김 후보가 48.0%, 민주당 노 후보가 38.8%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지역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 오차 범위 내 초박빙의 접전을 펼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에서는 CN커뮤니케이션즈가 선거기획, 사회동향연구소가 여론조사, 통합진보당 산하 총학생회 소속 대학생들이 바람몰이 역할을 각각 맡아 경기동부연합이 내세운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이 진보당 후보에게 유리한 설문조사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중하위에 머문 해당 후보를 선두권으로 진입시킨 뒤 '대세론'을 퍼트리는 식으로 선거 판세를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여론조작 부분으로 확대된다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사회동향연구소 압수수색을 여론조사 조작 수사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순천지청 민영선 차장은 "현재로선 여론조사 조작 부분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 지금은 기획 홍보 관련한 비용 과다 책정 관련 부분을 보고 있다"며 "사회동향연구소를 압수수색한 건 대표가 같은 사람이고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어 사실상 같은 회사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를 하다가 여론조작 의혹도 살펴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수사가 확대될 여지를 남겼다.
순천=안경호기자 khan@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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