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육군사관학교 생도 '사열' 논란을 낳았던 문제의 행사에서 내란목적 살인죄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정호용 전 내무부 장관이 또 다른 5공 핵심인사와 함께 사열용 무개차(無蓋車)에 올라 '열병'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육사 등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8일 육사발전기금재단이 마련한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 기념 행사'에 앞서 참관한 화랑의식에서 무개차에 올라 타고 화랑연병장에 도열한 생도들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열병을 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그간 매주 화랑의식에서는 참관하는 단체의 대표자가 무개차에 동승해 화랑의식의 열병 절차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고 보통의 육사 전역자, 군 고위 원로들이 모두 대상자였다.
정 전 장관은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 기념 행사를 주최한 육사발전기금재단 김진영 이사장과 함께 전임 이사장 자격으로 무개차에 탑승했다. 정 전 장관은 3, 4대 육사발전기금재단 이사장을 지낸 뒤 올 3월 퇴임했다. 상관이 실시하는 정식 열병은 아니지만 정 전 장관은 5.18 유혈진압에 가담해 내란목적 살인 등의 혐의로 징역 7년이 선고된 인물이다. 정 전 장관과 동승한 김진영 이사장은 수경사 33경비단장으로 12.12 군사쿠데타에 가담했다.
육사 관계자는 "매주 열리는 화랑의식을 시민들과 함께 참관했고, 행사의 대표자라 두 사람이 차에 올라 타게 된 것 같다"며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육사는 앞서 내란과 반란 수괴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던 전 전 대통령의 육사생도 사열 논란이 불거지자 "매주 금요일 시민 공개용으로 실시하는 화랑의식을 전 전 대통령 일행이 참관했을 뿐 특정인을 위한 행사라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육사 졸업생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아무리 모양새만 취했다고 하더라도, 열병은 상관이 생도들의 군기를 살피는 엄중한 의식"이라며 "차에 누가 탔는지도 모르고 있었을 생도들은 무슨 잘못이냐"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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