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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30·40대, 아파트 떠나 단독주택 사는 이유는

입력
2012.06.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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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집 땅 밟으며 4계절의 변화를 오감으로 느껴요"

초여름 햇살이 정원을 화사하게 비추던 12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단독주택단지 내 김고운(37)씨 집. 정원에 차려진 테이블을 중심으로 동네 주민들이 모여 차와 담소를 나누며 한가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김씨를 비롯해 이날 모인 6명의 주부는 정발산동 단독주택단지 내 이웃사촌이다. *관련기사 16ㆍ17면

이들 모두 오랜 기간 아파트에 살다가 단독주택에 매료돼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도, 초고층 랜드마크 주상복합의 화려함도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이미정(50)씨는 "한때 초고층 주상복합 꼭대기층에 살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마당에 깔린 잔디를 밟고 정원에 핀 꽃을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했다. 김고운씨도 "내 집 안에서 4계절의 변화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게 단독주택에 살면서 갖게 된 가장 큰 즐거움"이라며 "아파트에 살 때는 이런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근교 단독주택단지에는 30, 40대 젊은 집주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출ㆍ퇴근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비좁은 아파트와 번잡한 도시생활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외환딜러인 최영길(39)씨도 '탈(脫) 아파트'행렬에 동참해 지난주 경기 판교신도시 운중동 단독주택단지로 이사했다. 그는 서울 방배동 아파트에서 살다가 지난해 판교신도시 280㎡ 대지에 연면적 234.3㎡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신축했다.

최씨가 집을 짓는데 들어간 비용은 땅값 8억원을 포함해 총 13억원 가량. 직업 특성상 낮밤을 뒤바꿔 생활하다 보니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없는 게 늘 마음에 걸렸던 최씨는 "두 아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결심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처럼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단독주택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건축공법이 다양화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정도로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집을 지을 수 있게 된 것도 인기에 한몫 했다.

올해 2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로 이사한 이정훈(41)씨가 널찍한 정원을 갖춘 모던한 단독주택을 짓는데 들인 비용은 불과 2억5,000만원(땅값 1억원, 건축비 1억5,000만원). 그가 비교적 적은 돈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한 개의 필지에 두 가구가 들어선 땅콩주택(듀플렉스 홈)에 있다. 이씨는 지난해 땅콩주택 동호회에 가입한 뒤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쳐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고양시 덕양구에 터를 구했다.

이씨 집은 각 층이 42㎡ 규모인 3층 높이로 지어졌다. 공간은 아파트에 살 때와 큰 차이가 없지만 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잔디도 심어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그간 실내에서만 생활했던 아이들도 맑은 공기 속에서 흙을 만지며 자라고 있다. 이씨는 "이웃들과도 가족처럼 가깝게 지낼 수 있어 늘 단독주택으로 이사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고 나면 떨어지는 집값 탓에 전전긍긍하는 아파트 소유자들의 걱정도 '탈 아파트 족'들에겐 먼 나라 얘기다. 판교 단독주택단지의 경우 1~2년 새 평당 가격이 수백 만원 올랐는데도 매입 문의가 줄을 잇는 등 전국의 단독주택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단독주택의 삶이 낭만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집과 정원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적잖은 품이 들어간다. 일산 정발산동에 사는 김미경(47)씨는 "마음만 앞서 단독주택에 입주했다가 예상치 못한 문제들 때문에 몇 년 못 살고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먼저 전세로 살아보면서 눈도 쓸고 정원 관리도 직접 해보다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감당할 자신이 생기면 그때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 주거 르네상스… 땅콩집·솔트하우스 등 "눈길 확"

아파트 공화국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유래 없이 전체 거주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 '아파트 중독국가'이지만, 최근 '탈(脫) 아파트'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주택공급이 충분해지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성냥갑 같은 아파트보다는 개성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땅콩주택' 같이 비교적 작은 돈으로 지을 수 있는 실속형 주택이 보급되고 있고, 단독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와 단기간 내 쉽게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다양한 공법이 개발되는 것 등이 단독주택의 인기가 부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주일만에 '뚝딱'

단독주택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주택의 90%가량을 차지했지만 중산층의 자산증식 수단으로 아파트가 급부상하면서 급속히 쇠락했다. 하지만 최근 투자가치보다는 주거가치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세대가 주택수요계층으로 부상하는데다, 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떨어지면서 단독주택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건축기술 발전으로 난방 등 '단독주택은 관리가 불편하다'는 약점이 보완됐고, 1억∼3억원으로도 지을 수 있는 다양한 주택건축 기술이 등장하면서 30, 40대 등의 접근성이 높아진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젊은 건축가들이 교외에 지은 땅콩집이 대표적 케이스다. 미국에서 '듀플렉스(duplex)홈'으로 불리는 땅콩주택은 단독주택의 쾌적함을 누리면서 땅값ㆍ건축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땅콩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한 개 필지에 3, 4가구가 함께 사는 '완두콩주택'도 등장했다. 서울로 출퇴근 가능 지역에 3억원 내외로 지을 수 있어 젊은 직장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땅콩주택 외에도 목조주택, 황토주택, 솔트하우스 등 건축자재 종류에 따라 주택 유형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공업화 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공업화 주택은 벽, 지붕 등 주요 구조를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주택을 말한다. 일주일 만에 건설이 가능한 '모듈러 주택'이 대표적이다. 골조, 벽체, 문틀 등 주택의 각 부분을 규격화해 공장에서 제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고 일부 마감공사만 진행해 공기 단축과 가격도 낮출 수 있어 한옥, 도시형 생활주택, 콘도 등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에, 해외 업체들도 가세

영세한 개인업체들이 주로 시공을 맡아온 단독주택 시장에 대형 건설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SK건설의 자회사인 단독주택 시공업체 SK D&D는 단독주택 브랜드 '스카이홈'을 선보이며 17개형에 불과했던 모듈러 주택 기존 모델을 32개까지 늘려 선택의 폭을 넓혔다.

포스코계열의 종합건축회사인 포스코A&C는 최근 서울 청담동에 직원용 임대주택 20여가구를 모듈러 주택으로 건설했다. 이 주택은 자유롭게 면적 조절이 가능한 방(유닛)을 조립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필훈 포스코A&C 사장은 "모듈러 주택은 시유지나 사유지 등에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업체들도 국내 주택시장을 넘보고 있다.

일본 목조주택 1위 업체인 일본 미사와홈을 비롯한 스미토모임업, 세키스이하임, 타니가와건설 등 단독주택 전문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2008년 국내에 들어온 세키스이하임은 지난해 일본에서 1만6,000여채의 시공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다. 이들은 일본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목조주택과 함께 모듈러 주택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친환경적이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캐나다의 목조주택 '슈퍼-E 하우스'도 들어왔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맞춤설계와 사후관리가 중요한 주택시장에 대기업과 해외 유명업체들까지 들어와 질적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관련 법규 개정하며 주택시장 부흥 유도

정부는 지난해 '5·1부동산 대책'을 통해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 층수를 최고 2, 3층에서 3, 4층으로 완화하고 최대 3가구인 가구수 제한을 없앤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모듈러 주택 건설 활성화를 위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일부 개정했다. 그간 공동주택, 준주택 분야에만 허용됐던 공업화 주택을 단독주택으로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라 단독주택에 대한 공업화주택 성능인정 기준이 간소화돼 구조안전, 환기ㆍ기밀, 열환경, 내구성 등 5가지 기준만 통과하면 된다. 또 공업화 주택 건설공법으로 이전의 콘크리트, 경량기포콘크리트로 한정했던 것을 새로운 건설기술 패턴을 반영해 철골조공법 등을 통한 생산 기준(기타 조립식 부재)도 추가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공업화 주택은 공사비 절감효과와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과 연계한 공법을 개발하고 자재를 표준화하는 등 단독주택 보급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 부동산 침체 속 나홀로 상승… 주택용지도 '불티'

최근 주택시장에서 아파트의 위세가 주춤한 반면 단독주택은 나홀로 상승하고 있다. 1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단독주택(다가구 포함) 인허가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5% 증가한 3,187호로 나타난 반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축허가 물량은 9.6%(1만7,222호) 줄었다.

단독주택 용지도 잘 팔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단독주택용지 판매량은 2008년 2,884필지 수준이었지만 2010년 2배 이상(5,644건)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6,833건으로 전년대비 21% 상승했다.

가격도 상승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1월 마이너스(―) 0.2%, 2월 ―0.1%, 3월 ―0.2% 등으로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단독주택은 같은 기간 0.1%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경매시장에서는 단독주택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아파트 수준인 80%대까지 올라섰고, 유찰건수도 20% 가까이 줄었다.

단독주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장기침체가 예상되는 아파트를 대체할 상품으로 뜨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구 또는 상가주택으로 지을 경우 매달 임대수익도 올릴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1인가구가 늘고, 아파트 투자로 더 이상 시세 차익을 노리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된 반면 단독주택은 꾸준히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단독주택 용지는 수도권에선 평균 3.3㎡당 700만원, 지방에선 3.3㎡당 200만원 전후에 매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건축비(3.3㎡당 300만~600만원)를 더하면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 LH 관계자는 "세금 등을 합해 6억원 정도 투자해 다가구ㆍ상가주택을 지은 후 위층에 살면서 상가와 원룸 4가구를 세놓으면 월 300만원 전후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환금성 낮고 ▦시공비 다양 ▦유지ㆍ보수 비용 필요 ▦교통ㆍ교육 등 입지 환경 등이 떨어지는 점 등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SK D&D 관계자는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생활환경이 다르니 주거목적을 분명히 하고, 자신에게 맞는가를 우선적으로 가늠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 '脫아파트' 세대 불문… 30, 40대 전문직 "맘에 쏙"

서울 양재동에서 용인-서울고속도로를 타고 10㎞ 남짓 달려 서판교IC를 빠져나오면 운중로 우측편으로 현대적 분위기가 눈길을 사로잡는 주택단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한국의 베벌리힐스'로 불리며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판교동과 운중동 단독주택가다. 공터 곳곳에서는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를 막 끝내고 이사짐을 옮기는 집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운중동에 2층 단독주택을 지어 마침 이사를 하고 있던 최영길(39ㆍ1면 기사 참조)씨 가족을 만났다. 최씨는 "어렸을 때 살던 단독주택의 벽장에 몰래 숨어있다 어머니를 깜짝 놀래주는 장난을 좋아했는데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단독주택 신축하기로 했다"면서 "대지에 비해 건물 면적이 많이 차지해 옥상에 또 다른 정원을 만들었는데 작은 연못을 보고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흡족해했다. 집에는 연못 말고도 아이들을 배려한 공간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하늘이 보이는 다락방에는 별을 볼 수 있는 천체망원경을 설치했고 겨울을 즐길 수 있는 벽난로에 아이들만을 위한 놀이방까지 만들었다. 최씨는 아이들의 이름을 붙인 정원수를 하나씩 심어 가꿀 계획이다.

이곳 서판교 단독주택단지는 최씨처럼 '탈(脫) 아파트'를 계획하는 30, 40대에게 매력적인 동네로 떠오르고 있다. 그 동안 단독주택은 50대 이후 편안한 은퇴 생활을 꿈꾸는 연령층이 선호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서판교의 경우 단독주택 입주자의 40% 가량이 청ㆍ장년층이다. 단독주택 신축 소유주의 30% 가량은 서울에서 이주했고 30%는 분당, 나머지는 타지역에서 옮겨왔다. 지역과 연령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면서 서판교지역 단독주택용지는 최근 부동산 경기 불황에도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판교신도시에는 판교동과 운종동, 백현동을 중심으로 1,350여필지의 단독주택 필지가 공급됐다. 이중 460여필지에 단독주택이 들어섰거나 짓고 있다. 나머지 900여필지 중 상당수는 투자목적으로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땅 주인들이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를 원하고 있어 많은 물량이 거래되지는 않고 있다.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도시기반 설비가 잘 갖춰져 있으면서도 전원의 깨끗한 자연환경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2년 가량 살던 주부 김인숙(62)씨는 은퇴한 남편, 자녀들과 함께 최근 이곳 운중동으로 이사했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울타리 나무에 물을 주느라 여념이 없던 김씨는 "도심지역이면서도 신선한 공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동네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직장을 둔 자녀들 역시 30~40분이면 출퇴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울 송파구에 살다가 공기 좋은 곳을 찾아 경기 광주시 아파트로 이사를 했는데 단독주택에 살아보고 싶어서 2년 만에 다시 옮기게 됐다"며 "요즘같이 더운 날에도 아침 저녁이면 서늘할 만큼 자연환경이 쾌적하다"고 말했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는 "판교지역 상가용지의 경우 현재 부르는 것이 값이어서 단독주택용지 역시 뒤따라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로 매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거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서 "입주자들의 연령층도 다른 단독주택과 달리 젊은층이 상당수를 차지하면서 서판교 단독주택 용지의 인기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판교지역 단독주택용지 가격은 3.3㎡당 900만~1,500만원으로 입지와 용도에 따라 편차가 크다. 건축비는 3.3㎡ 당 500만~700만원 정도지만 고급 마감재를 사용할 경우 800만원을 넘기도 한다. 따라서 이곳에서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10억~13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사용하는 건축 자재도 다양해 철근콘크리트 주택 외에 목조나 황토 벽돌 등 친환경 주택들도 들어서고 있으며 틀에 박힌 모양이 아닌 지중해식 건축물과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까지 외관도 다채롭다.

판교지역에서만 20여 가구를 시공한 엔코스 관계자는 "기존 단독주택 단지에 가보면 외관이 비슷비슷한데 판교지역 단독주택은 같은 디자인을 찾기도 어렵고 건축자재도 다양해 동네를 돌아다니며 건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면서 "서판교지역이 앞으로 새롭게 들어서는 신도시 단독주택 단지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김기중기자 k2j@hk.co.kr

■ 한옥의 진화, 첨단공법으로 불편 없게… '모듈형' 개발로 건축비도 뚝

운치는 있으나 왠지 불편할 것 같은 집. 한옥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봤을 이미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옥이 현대 생활에 맞게 진화하면서 한옥 르네상스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생활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첨단 건축공법이 도입되는가 하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도 한옥의 이미지와 설계를 적용해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게다가 공공기관과 호텔 등 숙박시설, 음식점 등도 한옥의 설계를 차용해 짓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옥의 인기는 우선 공급 확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만 약 700여가구가 넘는 한옥마을이 조성된다. 서울 은평뉴타운 한옥마을에 158가구,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 300가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은평 한옥마을에는 다세대형 한옥과 2층 한옥 등 다양한 미래형 한옥 모델들이 선보이게 되고, 동탄신도시에 지어지는 한옥은 한옥컨벤션센터와 한옥호텔, 전통 공원 등과 함께 조성될 전망이다. 현대건설도 경기 이천시에 300가구 규모의 한옥마을을 지을 계획이다.

한옥 대중화 추세에 발맞춰 현재 아파트 시공비의 세 배에 이르는 비싼 건축비를 극복하기 위한 '모듈형 한옥' 개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은 최근 경기 양주시에 한옥 샘플 하우스를 만들고, 3.3㎡ 당 500만~700만원 선에 지을 수 있는 이른바 '반값 한옥' 보급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김승배 사장은 "늘어나고 있는 한옥에 대한 관심을 실제 건설 대중화로 이끌 수 있는 관건은 아파트와 같은 편의성과 합리적 공사비"라며 "보급형 한옥 개발을 위한 다양한 개발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한옥과 서양식 아파트를 접목한 설계도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미건설이 전남 목포시에 분양한 우미 파렌하이트는 집 안에 한옥의 사랑채를 들였다. 최상층 일부 가구에는 천장을 높여 한옥 처마를 형상화한 계단식 천장을 적용했다. 전용 127㎡형과 140㎡형 58가구를 대상으로 한옥 사랑채가 포함된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54가구(93%)가 한옥 사랑채를 선택할 정도로 수요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현대건설도 인천 검단 힐스테이트4차 아파트 115㎡에 나무색의 마감재와 거친 느낌의 화강석을 벽면 아트홀로 사용해 전통의 멋을 담았다. 거실 한 쪽에 대청마루 형식의 다실(茶室)이 위치하며, 침실의 화장대도 전통 격자무늬로 디자인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사랑방형ㆍ한실형ㆍ안마당형ㆍ다실형 등 4가지 한옥형 주택 평면을 개발했다. 콘크리트 벽식으로 공간을 고정했던 기존의 아파트와 달리, 나무 기둥과 보 등을 이용한 한옥식 방 배치법을 따라 짓는 것도 특징이다. LH는 이 평면을 3차 보금자리주택인 하남 감일지구 7블록 약 300가구에 우선 시범 적용한 뒤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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