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밤(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플라지 극장. ‘브뤼셀 국제 영화제’의 주요 초청 작품 중 하나로 ‘피부색- 꿀색’이란 제목의 영화가 상영됐다. 9일 폐막한 ‘제36회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수상작이다.
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 축제인 이 영화제에는 매년 2,000여 작품이 응모하고 200여 편이 본선에 진출, 총 12개 상이 시상된다. ‘피부색- 꿀색’은 장편 부문 3개 상 중 하나인 관객상과 특별상인 ‘유니세프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70년 다섯 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전정식(47)씨가 2008년 출간한 동명 원작 만화를 토대로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로랑 브와로와 함께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제목은 전씨가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될 당시 서류에 적힌 피부색에서 따왔다. 이 만화는 2009년 한국어판으로도 발간됐었다.
전씨는 프랑스어권에선 이 작품 이전부터 꽤 알려진 만화가. 네덜란드 이름이 융 헤넨인 그는 입양아로서 자신의 성장과정을 만화로 그리게 된 배경을 묻자 “살아오면서 가장 절실한 이야기이자 다른 사람들도 많은 관심을 갖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한국인 또는 한국과 관련 있음을 늘 느껴왔다는 그는 이 영화가 입양인 자녀를 둔 부모들과 한국인들에게 아이의 시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을 낯선 외국에 입양 보낸 친부모와 한국 사회에 대해 그는 어른이 되면서 상황을 나름대로 이해하게 됐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친부모를 찾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머니가 반드시 생물학적 어머니여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랑을 쏟은 분이 어머니이고 부모입니다. 그런 부모와 형제 속에서 자아를 형성하고 지금을 잘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양어머니 등과도 불화와 갈등이 있었지만 화해 했어요. ‘첫 애가 죽은 뒤 입양한 네가 친 첫아이라고 생각하며 키웠다’는 양부모의 진심도 이해하게 됐지요.”
한국계 입양아 출신 아내와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그는 한국에 대해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고아원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양 서류엔 길을 잃어 헤메는 날 경찰이 발견했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론 어머니는 미혼모이고 어쩔 수 없어 버린 것 아닌가 추정도 한다”고 말했다.
2009년 자신이 그린 만화가 한국어로 번역된 뒤 영화 촬영을 위해 고국을 찾았던 전씨는 올해 부천영화제에 초청받아 한국을 다시 방문할 것 같다고 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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