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그리스 17일 총선/ "누가 돼도 불안"… 사재기·총기 판매 급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그리스 17일 총선/ "누가 돼도 불안"… 사재기·총기 판매 급증

입력
2012.06.15 12:10
0 0

생필품과 개인 총기류 구매 급증, 외국계 은행 철수와 상점의 철시.

그리스가 재총선을 앞두고 극심한 사회혼란에 빠졌다. 단순한 은행예금 인출 사태를 넘어 치안 불안감까지 엄습하는 등 정치ㆍ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사회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생필품 사재기가 만연돼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유로존을 탈퇴하고 옛 통화인 드라크마화로 돌아갈 경우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급등을 우려한 것이다. 아테네 시민 일리아스 다스카로포울로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통조림을 많이 샀으며 자동차에도 기름을 가득 채웠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은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SJ는 이날 프랑스 3위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이 그리스의 자회사 엠포리키은행을 아예 철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엠포리키는 그리스에서 여섯번째로 큰 은행이다.

아테네에서 식당을 운영했다는 니코스 바크리니오티스는 "재정위기 이후 매상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세금 부담은 오히려 늘어 두 달 전 가게를 접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불안해, 가게를 처분한 뒤 생긴 돈은 현금으로 집에 숨겨놓았다"고 털어놓았다.

아테네시청 인근에서 총포사를 운영하는 드미트리우스 칼칸차코스는 "지난해와 비교해 최근 개인 총기류 판매가 60% 가까이 늘었다"며 "사람들이 정부의 치안력을 믿지 못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고 혼란에 빠진 그리스의 현주소를 전했다.

이 같은 혼란은 신민당과 사회당이 40년간 번갈아 집권하다 재정위기를 맞았고 이후에도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그리스 국민은 대안을 찾고 싶어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재총선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황금새벽당 같은 극우정당의 출현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기성세대 때문에 발생한 재정위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극우정당에 매료되고 이민 노동자를 분노의 표출 상대로 점 찍어 대낮 길거리 폭행 같은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그리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15~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52.8%에 이른다.

로이터통신은 "재총선 결과가 예측 가능하다면 불안감이 지금보다 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총선에는 22개 정당이 후보를 냈는데 신민당과 시리자가 1당을 놓고 경합 중이다. 5월 6일 1차 총선에서 신민당은 유로존 잔류와 구제금융 신청을, 시리자는 유로존 탈퇴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양당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재총선을 앞두고는 표를 의식한 듯 신민당이 구제금융 재협상을, 시리자가 유로존 잔류를 조심스럽게 입에 올리고 있다. AFP통신은 "양당의 공약이 1차 총선 때는 차이가 많았지만 재총선을 앞두고는 비슷해졌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재총선에서도 과반 득표 정당이 없을 것으로 보여 정부 구성이 난항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1차 총선에서 3위를 차지한 사회당이 재총선 이후 유로존 잔류를 지지하는 정당들의 거국정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정치권은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한 상황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