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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성대통령 가능성 앞에 놓인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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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성대통령 가능성 앞에 놓인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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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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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론조사가 끝까지 간다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여성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에서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처럼 한국에서 여성대통령이 배출된다면 한국 정치·사회·문화사에 일대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여성대통령의 탄생 가능성은 성의 정치학을 넘어 국가안보 정책결정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말해준다. 이는 국가안보 영역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되면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 수준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게 현실이다. 그럴 경우 군사안보정책 측면에서 최고 군통수권자의 임무와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중요해지고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남북관계의 긴장도가 올라갈수록 군통치자의 지휘와 명령 역시 이와 비례해 정교하고도 명확하게 하달되어야 한다. 장군들이 최고통수권자에게는 절대적인 충성을 견지하는 것이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견해차가 항상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 역시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대통령과 군 사이에 예기치 않은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일촉즉발의 긴급사태 발생 시, 여성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대응조치명령'에 군이 주저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성대통령은 군사 용어들에 미리 익숙해 있어야만 한다. 촌음을 다투는 긴급한 상황에서도 군 수뇌부와 혼선 없는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982년 4월 포클랜드 섬을 두고 아르헨티나와 전쟁을 선포한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이 보여준 리더십이 적절한 예가 될 수 있겠다.

둘째, 문민 출신이자 여성대통령이 지닐 수 있는 특유의 개방성과 유연성이 명령과 복종이 체질화 되어 있는 군대질서와 어떻게 조화를 이뤄 나갈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위기에 처해 있는 북한의 향후 행동과 관련해 여성대통령 아래에서 군의 역할과 비중이 어떤 형태로든 강화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은 내년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위기에서 탈출하는 기회로 판단할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3차 핵실험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한 시점에서 북한은 남한의 새로운 정부가 천명한 대북조치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행하는지를 이와 연동시키려고 할 것이다.

셋째, 국방문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북한이 여성대통령을 시험에 빠뜨리게 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북한의 의도된 도발적 조치에 여성대통령이라는 강박관념으로 자칫 과잉 대응조치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대통령 주변에 '통찰력과 지혜를 겸비한 국가안보보좌관'이 없을 경우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강하게 띌 것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공세적인 행동을 선호하는 군의 특성에도 부합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후보이든지 햇볕포용정책 내용에 추가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정책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북한 스스로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기가 힘들고 이념적으로 첨예한 국내 정치상황을 감안한다면 차기 정부가 선택지로 사용할 수 있는 대북정책의 투입요소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이 초반부터 전방위적으로 대남 압박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사태를 경험한 군이 과감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이를 상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할 경우 '위기의 상승작용'은 불가피하다. 그 결과 남북한간에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가 주변 국가의 안전을 저해하는 상황'으로 치닫는 안보 딜레마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어쩌면 여성대통령 앞에 놓인 도전과 과제의 강도가 남성대통령이 헤쳐 나가야 할 그것보다 훨씬 힘들 수 있다. 국가안보가 군사력이나 외교력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국가안보와 관련해 대통령직과 여성성이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투영될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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