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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시사 '고발'은 사라지고, 시사 '토크'는 증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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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시사 '고발'은 사라지고, 시사 '토크'는 증가하고

입력
2012.06.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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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상파와 종편채널들의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 지상파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사라진 반면, 종편채널에서는 시사 토크쇼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 방송에서 한국 사회의 쟁점들과 관련된 성역과 금기를 깨면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나 일그러진 환부를 드러내는 건강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방송의 환경감시라든지 공론형성이라는 말을 찾는 일은 무의미해졌다.

지상파 방송사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MBC와 KBS의 유래 없는 파업으로 'PD수첩'은 5개월째 결방 중이고, '추적60분'도 4월말 이후 편성되지 못하고 있다. '시사매거진 2580'이나 '취재파일 4321'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SBS는 탐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방영하지만, 주로 사건사고와 관련된 내용들이어서 환경감시와는 거리가 멀다.

KBS는 '추적60분' 팀을 제작부서에서 보도본부로 오래 전 이관했고, MBC는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PD수첩' 등의 프로그램을 시사제작국으로 옮겼다. 명분은 탐사보도를 하는 PD와 기자의 모호한 경계에서 보도부문으로 통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비판적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PD저널리즘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던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PD저널리즘이라는 용어조차 낯설게 느껴진다. 그동안 PD저널리즘이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공론형성에 기여한 바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비록 적지 않은 논란은 있었지만, PD저널리즘 프로그램들이 권력의 의지에 따라 은폐된 부조리를 규명하는데 힘을 기울여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과감하게 권력의 성역을 파헤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공론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권력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지상파에서 듣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상파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종편채널들은 시사 토크쇼를 주요 시간대에 배치하고 있다. TV조선은 개국부터 '최박의 시사토크 판'을 편성했고, 얼마 전 '윤여준의 정치 차차차'가 종영하면서 새로운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장성민의 시사탱크'가 시작되었다. 채널A는 '시사토크 쾌도난마', JTBC는 '신예리&강찬호의 직격토크', MBN은 '정운갑의 집중분석'과 '시사콘서트 정치in'을 방송하고 있다. 종편채널들도 탐사 프로그램들을 편성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청률을 의식한 연성화된 범죄사건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종편채널들은 4월에 실시된 총선과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문제에 대한 시청자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우리 사회 쟁점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며, 제작비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시사 토크쇼를 편성했을 것이다.

종편채널들의 정치 시사 토크쇼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논의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방송사의 시사 토크쇼는 지나친 보수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 성향의 종편채널들이 보수 성향을 띄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보수라고도 불릴 수 없는 사람들이 보수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물론 'PD수첩'이나 '추적60분'이 결방되고 있다고 해서 지상파 방송에서 권력의 감시기능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지상파의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은 권력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위협을 받아왔고, 4대강, 천안함, 한미FTA 등 주요 쟁점들과 관련된 내용들은 불방되거나 제작중단을 겪어왔다. 지금 언론은 다양한 공론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특정 프레임만을 확장하고 증강시키고 있다. 벌써 한 달째 지속되고 있는 종북 논란은 마치 거대한 블랙홀처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쟁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KBS는 파업을 종결했지만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권력의 부조리를 밝혀낼지 미지수다. MBC의 파업타결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반면 종편방송들은 시사 '토크'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우리 사회 공론을 만들어내는 미디어 지형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주창윤 서울여대 방송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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