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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읽어보세요 - 말의 가격 外

입력
2012.06.1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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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출판 기업사냥… 민주주의 흔드는 '말의 위기'

말의 가격/앙드레 쉬프랭 지음

말의 위기다. 미국의 'LA타임스'는 부도위기에 처했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종이신문 발행을 포기했다. 62년 전통의 문학출판사 '아발론'은 최근 아마존이 인수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서점 수는 2차세계대전 직후 숫자의 10분의 1수준이다.

비영리법인 '뉴 프레스'를 이끄는 저자 앙드레 쉬프랭은 이런 오늘날을 미디어에 대한 자본의 위협이 거센 시대라고 정의한다. 그는 인수합병이나 부도는 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도 신문사, 출판사가 기업사냥의 대상이 되는 것은 민주주의를 흔드는 일이라고 경계한다. 권력 감시 기능을 잃은 자극적인 기사와 잘 팔릴 만한 책의 홍수 속에서 말은 힘을 잃기 때문이다. 말을 '가격'이 아닌 '가치'로 인정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저자의 지적은 한국사회에도 큰 울림을 준다. 한창호 옮김. 사회평론ㆍ208쪽ㆍ1만5,000원.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에피소드로 엿보는 중국의 역사·문화

중국인 이야기 1 / 김명호 지음

성공회대 교수이자 10년 넘게 중국 인문출판사 서울 대표로 지내고 있는 저자가 2007년 4월부터 한 신문에 '사진과 함께하는 중국 근현대'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인 글을 모아 낸 책이다. 40년 가까이 중국의 역사와 문화 속으로 파고 들었던 노력이 다채로운 에피소드 속에 녹아 있다. 신문 연재 칼럼인 만큼 <로마인 이야기> 처럼 연대기별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뚜렷한 이음새 없는 단편적 에피소드의 나열에 가깝다.

편의상 7부로 나뉜 책은 마오쩌둥과 2인자 류샤오치의 관계, 장제스를 중심으로 한 지식인들의 풍경, 여성 혁명가들과 걸출한 예술가들, 외교사의 숨은 일화 등을 소개한다. 인물들이 남긴 일기, 서한, 회고록 등 1차 자료와 객관적 문헌에 근거한 인간사의 희비극과 격동기 중국 근현대사는 중국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한다. 출판사는 매년 2, 3권씩 총 10권 완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한길사ㆍ548쪽ㆍ1만9,000원.

고경석 기자

'속도를 얻으면 풍경을 잃는다'는 깨달음이…

마흔 이후, 이제야 알게 된 것들 / 김경집 지음

<나이듦의 즐거움> (2007)에서 '나이 든다는 것은 곧 생의 본질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정의한 인문학자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의 신간이 나왔다. 전작이 편지글을 통해 인생을 성찰했다면 신간은 개인적 체험과 웅숭깊은 인문학적 사유를 씨줄과 날줄로 엮은 에세이집이다. 50대 중반의 저자는 오로지 걸을 때만 실체를 드러내는 그림자를 통해 자신의 민낯을 보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계절의 변화에서 우주의 진리를 깨우친다. 영화와 미술, 고전 등에서 길어 올린 사유로 글은 한층 더 풍성하다. 고령화 사회에 턱없이 부족한 노인 복지제도에 대한 아쉬움과 실버도서관의 제안 등도 신선하게 읽힌다. '속도를 얻으면 풍경을 잃고, 속도를 잃으면 풍경을 얻는다.' 생의 절반쯤에 선 저자의 통찰은 이 한 문장으로 응축된다. 책은 성마른 마음에 공감과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RHKㆍ304쪽ㆍ1만3,000원

이인선 기자

조세 피난처의 해악 등 금융 자본의 추악함 고발

보물섬 / 니컬러스 색슨 지음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영국 법인이 지난 3년간 8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법인의 본사가 룩셈부르크에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룩셈부르크 당국에 납부한 것이다. 룩셈부르크는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 저자는 조세 피난처를 "개인이나 법인들로 하여금 여타 국가의 규정ㆍ법ㆍ규제를 우회할 수 있게 정치적으로 안정된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유치하는 곳"이라 규정한다. 조세 피난처는 조세 정의를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 불평등한 부의 이전, 부국과 빈국의 격차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자는 조세 피난처를 중심으로 역외 체제가 전 세계에 끼친 해악을 밝히고 현대 금융 자본의 추악한 100년사를 드러낸다. 이유영 옮김. 도서출판 부키ㆍ560쪽ㆍ2만원.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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