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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iew/ "여왕 1명에 드는 비용, 간호사 9650명 고용 비용"… 英 주빌리 이후 왕실존폐론 또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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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iew/ "여왕 1명에 드는 비용, 간호사 9650명 고용 비용"… 英 주빌리 이후 왕실존폐론 또 고개

입력
2012.06.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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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식인 다이아몬드 주빌리가 5일 나흘간의 화려한 일정을 마쳤다. 영국 전역이 축포와 불꽃놀이, 축하콘서트로 한껏 들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수상 퍼레이드가 열린 3일 여왕이 탄 왕실 바지선을 비롯, 1,000여척의 배가 100만여 군중 속에서 템스강을 누비는 장관이 연출됐다.

그런데 강변 한 구석에서 축제를 불만스럽게 지켜보던 한 무리의 시위대가 있었다. 공화정 수립을 주장하는 반군주제 단체 '리퍼블릭' 회원들이다. 이들은 '9,560명의 간호사인가, 1명의 여왕인가?'라는 팻말을 들고 "여왕 1명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간호사 9,560명을 고용하는 비용과 맞먹는다"며 군주제 폐지를 촉구했다. 리퍼블릭의 대표 그레이엄 스미스는 "우리는 선출된 국가수반을 중심으로 한 공화국 의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115년만의 다이아몬드 주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아진 왕실에 대한 지지 속에서 이름만큼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축제가 끝난 후 왕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대형 이벤트를 치르거나 정치 판도가 바뀔 때마다 왕실 존폐론이 어김 없이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이 결혼했을 때 행사가 지나치게 성대하다는 이유로 폐지론이 불었다. 1996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가 이혼했을 때는 이상적인 가정의 이미지를 무너뜨렸다고 돌팔매질을 당했다. 그래서 영국 왕실은 '냉소 유전자'를 가진 자국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봉사, 자선활동, 병역 등 공익활동에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살아온 여든여섯 해 인생은 모범적인 로열 패밀리의 전형이다. 2차대전 때 18세였던 여왕은 당시 국왕 조지 6세를 졸라 여군에 입대, 트럭운전이나 자동차수리 같은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다이애나비 사망 때 보여준 냉정한 모습으로 인기가 주춤했지만 이후 겸손하고 헌신적인 모습으로 지지율을 회복했다. 긴축정책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는 경비를 전년대비 5.3% 가량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동참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3일 여론조사업체 ICM이 영국인을 대상으로 '역대 영국 군주 중 가장 위대한 인물이 누구냐'고 묻는 설문조사에서 35%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지지, 역대 가장 위대한 국왕으로 뽑혔다고 보도했다.

왕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엘리자베스 2세가 받는 전폭적인 지지를 이어갈 후계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는 이혼과 재혼 스캔들로 잃은 민심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ICM 조사에서 응답자 58%는 찰스 왕세자가 왕위를 승계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61%는 카밀라 공작부인이 왕비 지위를 받는 것에 반대했다. 다른 조사기관 콤레스는 '영국인 42%가 찰스 왕세자는 왕위를 아들 윌리엄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아버지와 아들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군주제 폐지론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어 대영제국의 향수에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대다수를 차지하더라도 영국 왕실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브랜드 전문 조사기관 브랜드 파이낸스가 이달 초 평가한 왕실의 브랜드 가치는 440억파운드(80조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가치는 180억파운드다. 이 천문학적 숫자는 왕실이 여전히 영국 경제 활성화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디언은 다이아몬드 주빌리 기간 동안 식품과 기념품 판매가 증가해 "소매 특수가 최대 8억2,300만파운드(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윌리엄 왕자 결혼 당시 특수 규모는 최대 6억2,000만파운드였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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