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동료 기사 윤지희 3단과 결혼해 국내 4번째 프로기사 커플이 된 최철한이 결혼 후 첫 시합에서 계시원의 초읽는 소리를 듣지 못해 시간패를 당했다.
최철한은 11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8기 한국물가정보배 본선 한상훈과의 대국에서 생각시간을 다 쓰고 마지막 40초 초읽기에 몰린 상태에서 계시원이 "마지막입니다. 하나, 둘 … 아홉, 열"이라고 셀 때까지 착수 하지 않아 시간패 처리됐다. 당시 바둑은 서로 최선의 끝내기 수순을 밟았다면 최철한이 다만 반집이라도 이길 수 있는 형세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바둑사이트에는 "최철한이 신혼의 단꿈에 젖어 승부 정신이 해이해진 게 아니냐."는 등 악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더욱이 올 들어 최철한이 11승 15패로 승률이 5할도 안 되고 각종 세계대회서 잇달아 첫 판서 탈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까지 싸잡아 비난을 받았다. 사실 프로 기사가 시간에 쫓겨 시간패를 당한다는 건 승부사로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로 본인 스스로도 매우 창피스런 일이다.
그러나 실은 이번 최철한의 시간패가 어려서부터 시작된 청력 이상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최철한은 자신의 시간패와 관련, 인터넷에 악성 댓글이 올라오고 이런 저런 좋지 않은 소문이 퍼져 나가자 다음날 한 인터넷바둑사이트(www.cyberoro.com)에 해명의 글을 올렸다.
"네 살 때 열병을 심하게 앓은 후유증 때문인지 초등학교 때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현재 오른쪽 귀는 완전히 청력을 잃은 상태고 왼쪽도 정상기능의 70~80%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 지금은 보조 기구로도 개선이 안 되고 수술이나 다른 치료 방법도 없다고 한다.
평소 최철한이 귀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바둑계에 대충 알려져 왔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는 게 자신의 입을 통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대국 중 가끔 초읽기 소리기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지만 지금까지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해 그런 대로 버텨 왔으나 이번에는 대국에 너무 열중 하다가 그만 소리를 놓쳐 버렸다는 것. 특히 TV대국에서 흑을 잡았을 경우 계시원이 오른쪽에 위치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이번에도 역시 흑번이었다.
최철한은 이런 상황이 개인적인 핸디캡이기 때문에 구차하게 남에게 알릴 것 없이 현실을 감수하고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으나 이번 일로 악성 댓글이 쇄도해 "승부사로서 이런 현실이 너무 괴롭고 … 상처 받는 가족에게 미안해 더 이상의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실을 털어 놓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제게 주어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기우님들께 더 좋은 바둑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네티즌들로부터 "그런 사정을 모르고 악플을 달아 미안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꿋꿋이 버텨온 게 장하다" "앞으로 더욱 건투를 바란다"는 등 응원의 글이 잇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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