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이 세계 최강의 진면모를 과시했다. 스페인은 1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그다니스크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12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며 아일랜드를 4-0으로 대파했다.
졸음을 참아가며 TV 앞에서 밤을 지샌 축구 팬들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개개인의 기술도, 팀 전체의 조직력도 빼어났다. 첨단 축구의 진화한 모습이 어떤 것임을 90분간 보여줬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 최고 수준의 경기력이었다.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1-1)에서 정통 스트라이커 없이 공격진을 구성하는, 이른바 '제로톱'전술(4-6-0)을 들고 나왔다.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를 중앙 공격수로 세웠다. 후반 28분에는 파브레가스 대신 페르난도 토레스(첼시)를 교체 투입해 원톱 전술(4-5-1)로 전환했다. 하지만 제로톱도, 원톱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파브레가스는 동점골을 터트렸지만 공격진 전체를 이끄는 능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4-5-1로 전환한 후 조직력은 살아났지만 최전방의 토레스는 두 차례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쳐 '신뢰할 수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델보스케 감독은 토레스, 파브레가스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아일랜드를 맞아 이탈리아전에서 펼친 전술을 역순으로 가져갔다. 결과는 대성공. 이탈리아전에서 영점 조준을 마친 스페인의 화력은 아일랜드전에서 무섭게 불을 뿜었다. 원톱도, 제로톱도 위력적이었다. 스페인의 무차별 폭격에 초토화된 아일랜드는 2연패로 이번 대회 1호 탈락의 불명예를 안았다.
스페인은 볼 점유율에서 66대 34로 앞섰다. 무려 859개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유로 역사상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26개의 슈팅 가운데 무려 20개가 유효 슈팅일 정도로 집중도도 높았다.
델보스케 감독은 이탈리아전의 부진에도 불구, 토레스를 최전방에 선발 투입했고 선택은 적중했다. 전반 4분 만에 토레스는 골 네트가 찢어질 듯한 강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2-0으로 앞선 후반 25분에는 골키퍼와 일대 일로 맞선 찬스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했다. 후반 29분 토레스 대신 파브레가스가 투입됐다. 스페인의 공격력은 변함 없이 화끈했다. 후반 35분 파브레가스는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가 패스를 골지역 오른쪽 사각에서 오른발 강슛, 마지막 골을 뽑아냈다. 경기 MVP에는 토레스가 뽑혔지만 실바의 활약은 이에 못지 않았다. 후반 4분 상대 수비수 세 명 사이를 뚫는 절묘한 추가골을 터트렸고 토레스와 파브레가스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델보스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완벽한 경기였다. 볼 점유율을 독점했고 26개의 슈팅을 때렸다. 토레스는 어떻게 공간으로 침투해 골을 넣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고 만족해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이탈리아(2무)와 크로아티아(1승1무)가 1-1로 비겼다. 크로아티아의 마리오 만주키치(볼프스부르크)는 3호 골로 알란 자고예프(러시아), 마리오 고메스(독일)와 득점 공동 선두로 나섰다.
C조 8강 진출 팀은 19일 오전 3시 45분 열리는 스페인-크로아티아, 이탈리아-아일랜드전에서 결정된다. 스페인은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른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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