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S중 여학생의 학교폭력에 따른 자살 의혹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 학교 교무실을 14일 전격 압수수색 했다. 일선 중학교에 대한 전례 없는 강제조사에 교사들과 교원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학교 김모(당시2학년)양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담임 안모(40)교사는 이를 방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S중 학생부 교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안 교사에게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6시쯤 학교로 수사관 6명을 보내 약 1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벌여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 개최 자료, 전체 자치위 회부 학생 명단 및 회의 자료, 김양과 같은 반 학생들이 교내 학교폭력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설문지 등 학생 생활지도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예고 없이 교무실로 들이닥친 검찰 수사관들의 수색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후 4시쯤 귀가했지만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 오모 교사는 "계좌추적이 필요한 비리 수사도 아니고, 지난해 11월부터 경찰과 검찰에서 달라는 모든 자료를 학교가 성실하게 제출했는데 굳이 학교로 밀고 들어와 이미 낸 자료와 아이들이 적어낸 종이 쪽지까지 쓸어 갔다"며 황당해했다.
숨진 김양은 또래들에게 상습 구타를 당하다 지난해 11월 수면보조제를 삼킨 뒤 양천구 한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다. 김양의 부모는 "딸이 학교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학교가 이를 듣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친구들이 김양에게 욕을 한 정황이 있어 학생부장에게 특별지도를 지시했고, 이후에도 교내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양천경찰서의 수사때 법원은 이 학교 학생들의 폭행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이 학교 교사들과 일부 학생들을 소환해 개별 및 대질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교사는 "이미 검찰이 반 학생들과 예전 담임 교사의 대질조사까지 했는데도 혐의점을 확보하지 못하자 무리하게 학교까지 뒤진 것 아니겠냐"며 "검찰이 기준도 모호한 교사 직무유기 혐의를 들어 학교를 휘젓는 바람에 비교육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교폭력 및 교사의 직무유기 의혹과 관련한 일선학교 압수수색에 대해 손충모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은 "교사와 수사기관이 학교폭력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할 상황에서 검찰이 모든 화살을 교사에게 돌리고 학교폭력 희생양을 찾고 있다"며 "이렇게 무리하게 교사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하려고 든다면, 앞으로 어떤 교사가 학생지도에 선뜻 나서겠냐"고 지적했다. 앞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지난 2월 김수남 남부지검장을 직접 만나 "학교가 파악한 사건 정황이 학부모 측 입장과 다르며, 무리한 혐의 적용이 교직사회의 동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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