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가 퇴출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연계영업'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지만, 사실상 당국의 '인수 종용'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 인수에 나선 금융지주사들은 연계영업에 큰 기대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미래 수익성이 불투명한데다 평판마저 나빠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4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 4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 결과, 솔로몬과 한주에 각각 2개, 한국과 미래에 각각 3개 투자자가 참여했다. 금융지주 가운데는 우리금융이 솔로몬과 미래, 하나금융이 솔로몬과 한국에 대한 LOI를 제출했다. 산은금융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하나금융은 미래저축은행과의 커넥션 의혹으로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금융은 수신기반 확대 차원에서 입찰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선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의 교감설과 저축은행 인수에 난색을 표한 KB금융의 대타설 등이 제기된다.
금융지주사들은 최근까지도 "기존에 인수한 저축은행을 정상화하기도 버겁다"며 "추가 인수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들의 이런 완강한 태도에 금융당국의 경고가 이어졌고, 금융위원회가 12일 KB,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금융지주 임원을 불러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종용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위는 이 자리에서 "지주사 외에는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할 곳이 없다"며 강하게 압박하면서 연계영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연계영업 카드를 들이 밀었으나 실제로는 '팔목 비틀기'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금융위가 허용키로 한 연계영업은 은행이 신용도 낮은 고객들에게서 저축은행의 대출 상품 신청서를 받아 넘겨주는 방식으로, 은행이 저축은행의 대출 중개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말부터 현재 은행권에서 취급하지 않는 금리 10%대의 대출상품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연계영업이 허용되면 계열 저축은행의 영업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저축은행 부실이 커질 경우 금융지주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계열 저축은행 상품 판매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앞서 인수한 저축은행에서 추가 부실이 발생한 데 따른 보상 차원에서 연계영업을 요구했는데, 금융위는 추가 인수의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연계영업이 금융권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非)금융지주 저축은행 및 금융노조의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금융노조는 "정부가 시중은행에 저축은행 부실을 전가시켜 주주 및 고객의 이익을 침해하는 배임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 인수하라니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저축은행 규모가 은행의 한 지점보다도 작기 때문에 인수해도 독(毒)이 되지는 않겠지만, 마시기 싫은 독한 술을 받아 마시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씁쓸해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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