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계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해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 오염을 우려, 비서와 함께 도쿄로 피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별거중인 부인 마사코(和子)가 지난해 11월 오자와 전 대표의 지역구인 이와테(岩手)현 후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드러났다.
14일 주간문춘이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지난해 3월16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수소폭발이 발생한 직후 오자와 전 대표의 제1비서가 이와테에 거주중인 마사코를 찾아와 "(오자와가) 비밀리에 (방사능) 정보를 얻었다. 선생의 명령으로 비서들은 모두 도망갔다"며 피신을 종용했다. 마사코는 "당시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 주민에게만 피난 권고가 내려진 상태인데, 정치가가 도망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피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당시 언론은 오자와 대표의 행적을 수상히 여겨 도쿄와 이와테의 자택에 대한 취재에 나섰고, 그제서야 오자와는 집으로 돌아왔다고 마사코는 주장했다.
오자와 전 대표는 일왕 부부가 이와테의 피난민을 방문하던 시기에 피해지역 시찰을 빙자로 지바에서 낚시를 즐겼고, 쓰나미 피해로 집을 잃은 이와테 주민들을 위한 가설주택이 건설되는 동안 자신의 피난처를 설계했던 사실도 폭로됐다.
오자와 전 대표는 원전사고 당시 국정을 책임진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가 지진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확신, "누구라도 좋으니 다른 사람을 총리에 앉혀 정보를 수집해야겠다"고 말했다고 마사코는 주장했다. 지난 해 오자와 전 대표 주도로 진행된 간 총리 해임결의안은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오자와 전 대표는 "도망간 사실이 없다. 부부간의 개인적인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사실을 부인했다. 일본 정가에서는 오뚝이 인생을 살아온 정객 오자와가 40년을 함께 살아온 부인 때문에 최대의 정치위기에 내몰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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