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도 K팝이나 드라마처럼 한류의 한 축이 충분히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걸 증명하고 있잖습니까."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빈민가인 맨해튼 할렘에서 '데모크라시 프렙 스쿨'을 이끌고 있는 세스 앤드류(35) 교장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식 교육을 도입해 최하위 수준의 학교를 뉴욕시 최우수학교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EBS 주최의 국제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부인(라나 자크 앤드류ㆍ36)과 방한한 그는 14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성공의 비결을 공개했다.
유치원부터 고교 과정까지 운영되는 데모크라시 프렙 스쿨은 교육 여건이아주 열악하다. 전교생의 80%가 저소득층이고 75%는 한부모 자녀들이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자, 대학에 가자,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취지로 2005년 학교를 설립했다"며 "졸업하기 위해선 한국어 교과 이수가 필수인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인은 물론 동양인은 단 한 명도 없다.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주변에선 "왜 한국어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왜냐고요? 한국식 교육으로 한국의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어는 포기할 수 없는 과목이었어요."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한국어 외에도 탈춤과 사물놀이, 태권도 등을 통해 한국 문화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명문 브라운대 출신으로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벽안의 교장이 한국식 교육에 흠뻑 빠진 건 10년 전의 한국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충남 천안 동성중 원어민 교사로 일했던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성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국인은 더 열심히 공부를 하더라"며 "할렘과 같은 지역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선 한국인의 이런 열정이 필수적이었다"고 회고했다. 한국식 교육이 K팝과 같은 열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도 이런 경험 때문에 가능했다.
앤드류 교장이 천안에 머물 때 인근 다른 학교(천안여고)에서 원어민 교사를 했던 부인도 남편 옆에서 한국식 교육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50년 전만 해도 한국은 가난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뜨는 나라가 됐잖아요.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비결을 연구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교육이 빠질 수 없는 만큼 한국식 교육 열풍이 불 겁니다." abc 방송 기자인 그는 남편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앤드류 교장이 한국식 교육을 미국에 적용해 성공을 거뒀지만 아이러니하게 우리 교육은 위기 상황이다. 학교폭력, 교권추락, 공교육 붕괴 등에 직면해 있기 때문. 그는 "어느 나라 교육이든 장단점은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앤드류 교장은 '미래 교육의 대안'도 제시했다. 최근 잇따른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 사건으로 일부 퇴색되긴 했으나,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과 미국 교육의 장점인 자율과 창의성을 더하는 것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데모크라시 프렙 스쿨도 이런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저의 교육 방식이 성과를 거두면서 뉴욕에선 할렘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최근 우리 학교의 고교 졸업시험 영어, 수학 과목의 합격자 비율이 명문고와 맞먹는 99%, 98%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뼈아픈 지적도 잊지 않았다.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은 일방적인 강요나 문화, 권위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더 열심히, 더 헌신적으로 가르치고 보살피려는 교사의 모습에서 비롯됩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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