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법안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가 국민투표 횟수를 늘릴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투표일은 17일이다.
정관계는 대부분 횟수 늘리기에 반대하고 있다. 시모네타 소마루가 법무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세계 어떤 나라도 이토록 많은 국민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요 정당들도 "국민투표가 너무 많아 정치가 체증을 빚고 있다"고 호소했다.
스위스는 새로운 법이나 조약도 5만명만 서명하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의 이해관계와 거리가 먼 법도 국민투표 대상이 된다. 2009년 11월에는 이슬람 사원 건물의 첨탑 신축을 금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국민투표를 했을 정도다.
시민단체가 제안한 법안도 10만명이 서명하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발달한 스위스에서는 10만명을 모으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래서 법안이 통과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스위스는 매년 평균 여섯 차례 국민투표를 실시하며 투표율은 40%를 넘는다. 그러다 보니 잦은 국민투표에 염증을 내는 유권자도 있다. '스위스 독립 및 중립을 위한 운동(AINS)'의 웨르너 가르텐먼은 13일 "스위스 유권자들은 매년 평균 5회 가량 투표 참여를 요구받는다"며 "우리는 모든 법에 대해 투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르네 슈옥 제네바대 교수는 국민투표 횟수가 늘어나면 스위스 외교정책이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법 이행을 두고 유럽연합(EU)과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는 스위스가 국민투표 횟수를 늘릴 경우 더욱 독립적인 행태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이번 투표가 통과되면) 고립주의자들이 승리하는 것"이라며 "스위스 정부가 앞으로 EU와 합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gfs.bern이 지난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33%가 투표 횟수 늘리기에 찬성한 반면 55%는 반대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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