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1분을 남기고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하지만 축구장은 90분 내내 그랬던 것처럼 조용했다. 프로 경기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였다.
14일 인천축구전용 경기장에서 K리그 30년 역사상 첫 무관중 경기가 열렸다. 인천과 포항 선수들은 관중 없이 미디어와 프로축구연맹, 구단 관계자들만 지켜 본 경기장에서 '그들만의 경기'를 펼쳤다. 환경이 연습경기와 다름없었던 탓에 흥미가 반감됐다.
경기 전부터 '무관중 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왜 하필 우리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A매치 휴식기 동안 기껏 조직력을 끌어올려놓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대행 역시 "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볼멘 소리를 했다.
소리 없이 조용한 경기장에 선수들이 입장하고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다. 선수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경기장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던 함성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20여명의 인천 서포터스들은 경기장 밖 남쪽 출입구 부근에 모여 '그들만의 응원'을 시작했다. "사랑한다 인천!" "사랑한다 인천!"이라는 구호는 경기장 밖에서만 맴돌았다.
인천은 전반 29분 정인환이 헤딩 선제골을 넣었다. 평소 같았으면 경기장 전체가 들썩였겠지만 선수들만 기뻐할 뿐이었다. 골을 넣은 주인공도 신명이 나지 않았다. 후반 들어 양팀은 한 치 양보 없는 치열한 경기를 벌였다. 인저리 타임으로 3분이 추가됐다. 하지만 인천은 1분을 견디지 못하고 김원일에게 아쉽게 1-1 동점골을 헌납했다. 맥 빠진 인천 선수들은 관중석으로 올라가 서포터스가 몰린 철문쪽으로 힘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응원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하지만 다시 운동장을 향해 내려가는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김봉길 감독대행은 "이런 경기는 앞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첫 무관중 경기를 경험한 황선홍 감독은 "낯설었던 게 사실이다. 집중력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씁쓸한 말을 남겼다.
이날 경기의 관중은 82명으로 기록됐다. '무관중 경기'임에도 관중이 카운트된 이유는 미디어 때문. 아시아축구연맹(AFC)과 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부터 실 관중수에 미디어 인원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무관중 경기'를 더욱 아이러니하게 만들었다.
한편 FC 서울은 성남 일화를 1-0으로 꺾고 6연승, 단독 선두를 지켰다. 울산은 두 골을 터트린 김승용의 활약으로 부산을 2-1로 꺾었고, 대전은 강원을 2-0으로물리쳤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인천=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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