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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줄줄 샌다/ (중) 전기 먹는 공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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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줄줄 샌다/ (중) 전기 먹는 공장들

입력
2012.06.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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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소재 한 주물공장은 최근 경유를 쓰던 가열로를 전기가열로로 교체했다. 기름값보다 전기료가 훨씬 싸기 때문이다. 공장 관계자는 “5억원 가량의 교체비용이 들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운영비가 훨씬 절감된다”고 말했다.

공장 입장에선 운영비가 적게 들어 좋다. 하지만 전기를 경유로 환산했을 때 들어가는 에너지량은 기존 2,000㎘에서 4,700㎘로 배 이상 증가했다.

인근의 한 컨테이너 크레인도 전력공급원을 경유에서 전기로 바꿨다. 연료비가 50%나 절감되고 매연 소음 등 작업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1년간 동력비가 2억1,000만원(경유)에서 1억원(산업용 전력)으로 줄었다. 하지만 전체 에너지소비량으로 보면 132㎘에서 267㎘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이처럼 기존 경유나 가스 등을 전기로 바꾸는 전력대체가 늘어나면서 국가적 에너지비용은 연간 1조원이 더 들게 됐다. KDI 관계자는 “석유나 가스 값이 비싸 전기를 쓴다지만 이렇게 전력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유류, 가스 등의 수입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일반용, 주택용, 농사용 등과 마찬가지로 산업현장에서도 전기가 줄줄 새고 있다. 특히 산업용 전기는 우리나라 전력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력 피크사용량 점유율의 경우 산업체가 55%로 가장 높다. 실제로 국내 산업용 연간 전기사용량도 지난 2007년 1억9,500만㎿이던 것이 지난해엔 2억5,000㎿으로 급증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사용량을 100으로 봤을 때 미국 51, 영국 48, 프랑스 46, 독일 37, 일본 31에 불과하다. 그만큼 국내 제조업체들이 전기를 OECD 국가 중에서도 많이 쓴다는 얘기다.

산업계의 전기사용이 많은 건 그만큼 다른 용도에 비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OECD 국가들 가운데 많이 싼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업계가 에너지절약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발적인 휴가기간 분산 ▦조업시간 조정 ▦자가 발전기 가동 ▦사무실 정시 퇴근 생활화 ▦LED 조명 도입 등을 통해 전력난 타개를 돕겠다는 것. 삼성의 경우, 전력소모가 많은 6월부터 9월까지 공장, 사무실, 직원 가정을 모두 아우르는 대대적인 절전 캠페인 ‘3S’(Smart Summer Save)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범경제계 에너지절약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동근 상의 상근부회장은 “14만 상의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6월부터 9월21일까지 일본 수준의 고강도 절전 캠페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절전시설 등이 많이 갖춰져 있어 나은 편. 에너지효율화에도 투자가 필요한데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그런 설비가 부족해 새는 전기가 더 많은 상황이다.

한국전력은 현 전력상황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민방위 훈련처럼 절전훈련을 실시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은 오는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한다. 훈련 경보가 발령되면 전국 가정, 상가, 산업체는 자발적인 절전을 통해 에어컨 등 냉방기기의 사용을 일시 중지하는 한편 불필요한 조명을 소등한다. 특히 전국 7대 도시의 28개소에선 실제 시범 단전이 실시된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 얼마나 소중한 에너지인지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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