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안압(眼壓)은 보통 아침엔 높고 저녁엔 낮아진다. 왜 그런지에 대해 지금까지 호르몬이나 대사과정 변화 때문이라는 등 많은 가설이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안압의 일중변동이 중력의 영향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팀은 한국의 첫 우주인 이소연씨가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서 직접 측정해온 안압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이 결과를 이달과 지난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글라우코마'에 발표했다.
우주에서 머문 8일 동안 이씨의 안압은 지상에서보다 평균 26% 높은 16.5㎜Hg를 기록했다. 또 아침보다 저녁 안압이 낮은 일반적인 패턴이 사라지고, 일중변화 폭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우 교수는 "중력이 있는 지상에선 혈액이 보통 다리 쪽에 많고 머리엔 적은데, 무중력 상태에선 혈액이 머리로 몰리면서 안압이 상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구 내부의 압력을 뜻하는 안압은 10~20㎜Hg가 정상 범위다. 건강한 눈은 이 정도 안압이 평생 유지된다. 일반적으로 21㎜Hg가 넘어가면 높다고 본다. 안압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녹내장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압력 때문에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력이 점점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다. 우 교수는 "녹내장은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에서 생길 정도로 흔하다"며 "안압을 20~30% 낮추는 게 주된 치료 목표"라고 말했다.
사실 건강한 사람도 잘 때는 안압이 조금은 올라간다. 누워 있으니 중력의 영향으로 다리쪽에 혈액이 많은 균형 상태가 깨지기 때문이다. 반면 안압이 너무 낮아져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안압이 높아지지 않게 관리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사실 없다. 녹내장 환자의 경우 잘 때 베개를 베고 자는 게 도움이 될 거라는 견해에 대해선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우 교수는 "안압 관리나 녹내장에 좋은 음식 등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정보들 중에 의학적으로 증명된 건 없다"며 "녹내장이 가장 많이 생기는 연령대인 50대를 전후로 정기적인 안압 검사를 하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