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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집안 일이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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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집안 일이 더 어렵다

입력
2012.06.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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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누구나 내치보다는 외교를 더 좋아한다. 외교는 생색이 나지만 내치는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외교엔 귀신, 내정엔 등신'이라던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까지 대통령들은 내치 때문에 늘 골머리를 앓았다. 갈등으로 날이 새고 논란으로 해가 지는 나라에서 임기 말이 되면 각종 의혹이 다 튀어나와 내치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에 "집안 일은 어렵지만 천하는 쉽다. 집안은 가깝지만 천하는 멀기 때문이다"(家難而天下易 家親而天下疏也)라는 말이 있다. 천하 경영보다 집안을 잘 이끌어가는 게 더 어렵다는 뜻이다. 이 대목을 '집안에서의 어려운 경험으로 천하를 쉽게 다스리고, 집안에서의 친애를 통해 천하를 잘 다스린다'고 해석한 책도 있다. 친족과의 화목을 강조한 다음에 나오는 문장이니 이게 더 정확해 보이지만, 집안 일부터 잘 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며칠 후 열흘간의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서는 이 대통령은 지금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11일 수사 종결된 내곡동 사저 불법매입 사건에 이어 13일에는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수사가 별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17대 대선 기간에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시작된 BBK의혹도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내곡동 사저의 경우 거래 당사자들을 부르지도 않고 서면조사만으로 피고발인 7명 전원을 무혐의 처리했다.

3개월 만에 끝난 불법사찰 수사에서도 새로 밝혀낸 게 없어 비판이 거세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2008년 문건에는 '특명사항은 청와대 비선을 거쳐 VIP 또는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대통령이 보고서를 밤을 새우다시피 읽을 정도로 좋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런데 "참여정부도 불법사찰을 했다"는 말로 국민들을 더 화나게 했던 청와대는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도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서면브리핑을 통해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입장만 밝히고 입을 닫았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수사에 대한 비판에 관해 언급하면서 "그게 바로 정치"라고 말해 점수를 더 잃었다. 아무런 의혹도 없는데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투의 말이었다.

이 대통령의 문제는 바로 이것, 인정의 기미에 어두운 무심함이다. 가족들 모두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지 않고, 일정한 문제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가장이 계속 딴 데를 보고 있다면 누가 신뢰하고 따를 수 있겠는가.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제기돼온 각종 현안에 한 발씩, 또는 그 이상씩 대처하는 게 늘 늦었다. 미루거나 제쳐놓은 것들이 임기 말에 일제히 밀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 대통령은 원래 취임 초부터 철학이 없다거나 부도덕하다는 의심과 불신을 받아온 분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걸로 생각했고, 의심과 불신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지금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막말로 해서 대통령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 '위대한 소통자'라는 말을 듣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처럼 간간이 멋진 유머와 소통으로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원래 임기 말이 되면 대통령은 해외 방문이 잦다. 청와대나 외교부가 대통령이 재임기간에 안 가본 곳이 없게 일정을 짜고 방문대상국과 일거리를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일도 아니다. 대통령이 놀기 위해 나간다는 말은 아니다. 가장이 집안 일을 도외시하고 밖으로 나도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꼭 가야만 하는 다자간 국제회의가 아니라면 해외 나들이는 이제 자제하고 집안 일에 치중해야 한다. 어차피 퇴임 후 여러 문제가 다시 불거지겠지만 사과할 건 제때 사과하고 명백하게 입장을 밝힐 것은 밝히면서 국민을 편하게 해 주기 바란다. 지금부터라도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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