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독일과 러시아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설치해 폴란드를 죽음의 땅으로 만든 나라가 독일이다. 러시아(옛 소련)는 18세기부터 폴란드를 지배하는 등 끊임없이 괴롭혀왔다. "독일과 함께 한다면 우리는 자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소련과 함께 한다면 영혼을 잃어버린다." 2차 대전 당시 폴란드 총사령관 에드바르트 리츠 시미그위는 소련에 대한 증오와 불신을 에둘러 표현했다.
■ 두 나라의 불화의 씨앗은 종교다. 10세기 말 같은 슬라브족이지만 폴란드는 가톨릭, 러시아는 그리스정교를 국교를 택하면서 종교ㆍ문화적 갈등이 이어졌다. 폴란드가 러시아를 통치한 적도 있지만 18세기 중반 강대국으로 자라난 제정러시아가 폴란드를 지배했다. 1차 대전 종전 후 123년 만에 독립했으나 2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다시 소련에 예속됐다.
■ 러시아에 대한 분노의 절정은 '카틴 숲 학살사건'. 1940년 소련 비밀경찰들이 폴란드인 2만여 명을 러시아 서부 카틴 숲에서 사살해 암매장했다. 70년 후 폴란드인들은 카틴 대학살의 망령에 또 한번 울어야 했다. 2010년 4월 레흐 카찬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 등이 카틴 숲 학살 70주년 추모식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던 중 전용기가 추락해 96명이 숨졌다. 블랙박스 분석결과 조종사 실수로 결론 났지만 러시아 음모론이 돌았고, 폴란드 국민들의 감정은 극도로 악화됐다.
■ 물과 기름 같은 두 나라가 유로 2012의 같은 조에 포함될 때부터 심상치 않더니, 급기야 개최지인 바르샤바에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러시아 축구팬 5,000여명이 러시아공화국 탄생 국경일을 기념해 경기장으로 행진하다 폴란드 팬들과 충돌해 수십 명이 부상했다. 폴란드는 이날 경기를 1920년 폴란드가 러시아에 기적적인 대승을 거둔 '바르샤바 전투'로 명명해 놓고 별러왔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나 더 큰 후유증을 막을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을 생각하면 남 얘기 같지가 않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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