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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엔진만으로 달리는 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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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엔진만으로 달리는 차는 없다

입력
2012.06.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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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IT를 필두로 문화 콘텐츠 영역에 까지 걸쳐 한국의 산업은 그야말로 고속성장을 달리고 있다. 특히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우리보다 세계가 더 놀랄 정도다. 이처럼 외형적으로 눈부신 도약을 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한국경제를 두고 '유리알 같은 경제'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바로 수 없이 등장하는 노사간의 갈등 때문이다. 더욱이 과거에는 노사갈등이 단순히 기업의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사회 전반에 걸쳐서 더욱 광범위한 범위로 확산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사갈등의 원인은 언제나 서로 간의 시각 차에서 비롯된다. 한 쪽은 보다 효율적인 구조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또 한 쪽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근무조건이 제공되기를 희망한다. 보다 나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문제는 서로의 입장이 일방통행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는 단순히 일시적인 생산성 저하와 그에 따르는 소비자들의 피해뿐만이 아니다. 과거 한류 콘텐츠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떠오른 아이돌 그룹과 소속사 사이 갈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이들의 갈등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켰고, 한류라는 브랜드가 쌓아온 가치 이면에 부정적 이미지를 들춰내는 계기가 됐다. 결국, 갈등의 시작은 소속사와 연예인 양자 사이의 문제였지만 피해는 그 이상이었다.

한국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보다 크다. 단순히 상품 하나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신뢰도가 밑바탕이 된 브랜드 파워가 경쟁의 척도가 된 오늘날에 있어 노사의 갈등은 한국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로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써 이를 지켜보고, 보다 총체적인 관점에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구조조정에 따르는 문제를 살펴보자. 폭스바겐 그룹은 1990년대에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은 바 있다. 1991년 세아트(SEAT)와 스코다(Škoda)를 연이어 인수하고, 멀티 브랜드 전략을 도입하면서 생긴 과도한 인력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노사관계에서도 위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폭스바겐 그룹 경영진들은 구조조정을 대신해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일정 시간의 의무적인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연한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별도의 인원감축 없이 안정적인 근로환경을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유연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십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서로간의 양보가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더욱 발전적인 기업환경을 완성한 것이다.

이와 함께 노사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노사가 지닌 시각의 차이는 결국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양자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폭스바겐은 직원들의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서 매년 전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제점 또는 개선 사항들을 접수해 직원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해 총 26개국의 77개의 지사를 상대로 만족도 조사에서는 총 34만6,000명 중 30만8,000명이 조사에 응답한 결과, 89%의 회답률을 기록했고 60%가 넘는 직원들로부터 설문조사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영국 속담에 '잔잔한 바다에서는 좋은 뱃사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노사갈등은 짧은 시일 동안 성장해온 한국경제가 한걸음 더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시점이 아닌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서로가 이해하고 양보하는 자세를 갖춰야만 하는 것이다. 자동차에서도 엔진이나 바퀴, 어느 하나 만으로 달릴 수 있는 차는 없다. 각각이 최선의 역할을 하고, 최상의 밸런스를 완성시키는 것이 좋은 차를 만드는 방법이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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